세르게이 브린은 1998년 래리 페이지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친구의 주차장에서 구글을 공동 창업했다. 그의 나이는 20대 중반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34세 때인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3년 뒤 구글에 인수됐다. 이 청년들의 창업으로 인해 오늘날 AI의 미래는 하루하루 다시 써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승리라고 하는데 달리 생각해 보면 창업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의 승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젊은이들이 보여준 기업가 정신을 보면서 바둑계에 불어온 훈풍이 우리나라 ‘청년 창업’에도 불어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수치가 말해주는 현실은 ‘훈풍’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은 지난달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2월 기준 1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사회의 중추 역할을 떠맡아야 할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는 정부와 기업, 각종 사회단체들이 최근 가장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일자리는 개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면서 경제발전 및 사회 시스템의 안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고민 속에 ‘창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의지와 도전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그 노력의 결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18곳에 설치돼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적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이번 미국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 및 멕시코 공식 방문 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올린 첫 성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업체 마린테크노가 LA 전역에 화장품을 유통하는 업체 ‘우원(WOO ONE)’과 5년간 2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해외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N15, 마루 180, 구글 캠퍼스 같은 민간 영역에서의 창업 지원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N15이 공동 개설한 하드웨어 유니버시티(Hardware University)의 사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조창업 육성기업의 공동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도 대학(원)생의 기술이전 및 창업 등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아이디어 팩토리 지원사업’을 작년부터 추진 중에 있다. 학생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실제로 관련 시제품도 제작해 볼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캠퍼스 안에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서울대 공과대학 지하 2층에 아이디어 창의공간 ‘해동 아이디어 팩토리’가 개관했는데, 24시간 개방되는 이 창의공간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모여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제작까지 구현한다. 현재 서울대를 포함해 한양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해양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은 조금씩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관련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민·관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는 지금,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열정만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청년 창업의 훈풍과 함께 일자리 전망은 분명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