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일본 종합상사의 지난 10년간 경이적인 이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도 종합상사 사양론, 겨울시대, 무용론이 있었지만 더 이상 제품거래를 개척해서 마진을 챙기는 트레이드(trade) 모델이 아니라 디벨로퍼(developer) 혹은 오거나이저(organizer) 모델로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상사는 3M이라 부르는 미쓰비시 상사, 미쓰이 물산, 마루베니 상사 외에 이토추, 스미토모 등이 있다. 이들의 자산규모는 평균 50조원, 미쓰비시 상사의 경우 100조원에 이르면서 이들 종합상사의 매출액이 일본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위인 미쓰비시 상사의 매출은 200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제품(Product)을 팔아서 마진을 챙기는 비즈니스를 넘어, 프로젝트(Project)를 개발하여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금융기관, 운영자, 인프라 등 파트너들을 조직화하는 플랫폼 모델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기획·생산·운영 등의 디벨로퍼 모델을 통해 해외에서 없는 블루시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 종합상사의 연봉은 매력적이고, 이들 직장의 젊은이들은 최고의 신랑감으로 등장하고 있다. 2012년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입사 5년차 평균 연봉은 약 1100만엔(약 1억1000만원)이다. 해외에 파견되는 경우 본사와 해외지사에서 연봉을 받기 때문에 입사 6년차인 청년의 연봉이 약 2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일본 종합상사는 해외 주재원 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곧 미래의 먹거리인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디벨로퍼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마르베니는 이렇게 해서 찌레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루베니가 디벨로퍼가 되고, 여기에 참가한 중부발전의 찌레본발전소는 프로젝트의 발전소 운영자로 참여했지만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글로벌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서로 갈등관계에 있다. 서비스업을 육성하자는 이야기는 제조업을 상대적으로 경원시하자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에서 나오고, 서비스의 경쟁력은 제조업에서 나온다. 제조기업은 ‘제품의 서비스화’(Product Servitization)를, 서비스 기업은 ‘서비스의 제품화’(Service Productization)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서비스화는 전방의 가치사슬에는 R&D, 엔지니어링 서비스가 필요하고 후방 가치사슬에는 종합상사 서비스가 필요하다. 경영학에서 그렇게도 떠들고 있는 ‘기업가형 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가 필요하다. 디벨로퍼형 종합상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수출의 가능자(Enabler) 역할을 할 수 있고,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 너 혼자 열심히 수출해봐!!’ 이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출을 도와줄 수 있는 기업가형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제 대한민국도 제품(Product) 수출시대에서 프로젝트(Project) 수출시대로 바꾸고, 제품의 서비스화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