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회사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만기 전 물량이 총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종목 기업은 상장폐지 위험이 큰 만큼 사채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잃을 수 있어 투자시 주의가 요구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개 상장사 중 2013년 이후로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17곳이다. 이 중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CB‧BW 물량은 21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상선이 발행한 BW의 손실 위험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9월 15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채권 중 아직 신주로 전환하지 못한 물량은 540억원 규모다. 당시 분리형 BW가 허용된 직후여서 청약에만 4조원이 넘게 몰렸고 공모발행 투자자의 상당수가 일반 개인이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지난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신주인수권(워런트)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현대상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채권의 원금손실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아이디에스가 100억원 규모로 사모발행한 CB와 올해 2월 리젠이 발행한 95억원 규모 사모 CB도 이들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자금난에 빠지면서 원리금 손실 위험에 놓였다. 역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핫텍과 씨엘인터내셔널에 각각 50억원, 100억원을 투자한 신안상호저축은행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CB와 BW 투자시 검증된 메자닌 투자전략을 가진 곳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3월 감사보고서 확정 전인 1~2월에 C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은 자금사정이 나쁠 가능성이 크다”며 “엄격한 내부 기준을 바탕으로 투자대상을 잘 가려내는 기관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