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판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1위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아내의 세미누드 화보가 대선 홍보 사진으로 쓰여 논란이 되더니 급기야 2위 후보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불륜 스캔들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크루즈의 불륜설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여성의 신상까지 공개되면서 이 스캔들을 퍼뜨린 배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루즈의 불륜설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 연예주간지 내셔널인콰이러였다. 이 매체는 24일 “사립탐정이 크루즈와 연관된 최소 5건의 불륜을 캐고 있다”면서 “그의 성관계가 (선거) 캠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기사에는 교사 정치컨설턴트, 매춘부 등 눈만 가린 여성 5명의 사진까지 공개됐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크루즈는 즉각 “그 기사는 쓰레기이고 완전히 만들어진 거짓말”이라며 “타블로이드의 중상모략이며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트럼프 측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2일 크루즈 의원의 슈퍼팩 (정치활동위원회) ‘메이크 아메리카 어썸(MAA·Make America Awsome)’이 모델 출신인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과거 모델 활동 시절 찍었던 세미누드 화보를 온라인 선고광고용 사진으로 사용하자 트럼프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조심해라. 거짓말쟁이 테드.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아내(하이디 크루즈)에 대한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터였기 때문.
크루즈는 27일에도 폭스뉴스에서 “해당 기사에 공식적으로 인용된 유일한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의 수석 정치고문인 로저 스톤”이라면서 “스톤은 트럼프의 행동대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기사를 보도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데이비드 펙커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절친’이라고도 지적했다. 크루즈는 이어 “(불륜설 기사는) 완전히 가공된 이야기며 쓰리기”라면서 “트럼프가 얼마나 저질로 갈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는 반응은 태연하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해당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7일 ABC의 ‘디스 위크(This Week)’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측 선거캠프는 이번 불륜설 보도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그 기사는 크루즈에 관한 것이며 나는 어떤 것이 맞고 틀린 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내셔널 인콰이어러’와 관련된 크루즈 문제는 그 자신의 문제”라며 “이 잡지의 O.J.심슨이나 존 에드워즈 등 기사는 맞았지만 '거짓말쟁이' 크루즈의 기사는 맞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크루즈의 불륜설이 최근 중도 사퇴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측이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측이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 언론사에 크루즈의 불륜 제보를 했지만, 증거가 약해 대부분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선의 이슈가 트럼프의 막말에 이어 불륜설로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불륜 스캔들의 사실 여부에 따라, 사실이 아니라면 스캔들 조작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따라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