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조단위 적자에도 수당 요구·전환배치 거부 등 강경일변도…“호텔 평생 할인권도 달라”
◆현대중공업이 조 단위의 적자 늪에 빠져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노조의 브레이크 없는 역주행’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4·13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하는가 하면, 미포조선의 경우 하청업체 노조를 중심으로 휴업수당 지급까지 요구하며 사측의 경영책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목에서 대규모 세금 추징을 당한 현대중공업이 강성 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1200억원이 넘는 세금 추징 통보를 받은 사례를 놓고 감사 및 사외이사들의 직무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흑자전환 전망을 기대했으나, 대규모 세금 추징으로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동안 아무런 감독기능을 하지 않는 감사와 사외이사들이 직무유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달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경영권 간섭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같은 반발은 인력 전환배치와 맞물리며 노사의 불협화음을 더욱 옥죄고 있다. 사측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전자사업본부와 엔진사업본부 등의 인력 일부를 조선사업부로 전환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전환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전출 거부 방침을 정했다.
한편 노조가 회사의 경영정상화보다 이익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빈축을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노조는 정년 퇴직자들에게 발급하는 명예사원증 유효기간을 무기한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호텔과 현대예술관 등에서 30%가량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1년간의 유효기간 없이 무기한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이다.
수주공백 장기화 이어지자 영업전선 직접 나서… 임금협상 조기 타결 경영정상화 적극 협력
◆삼성중공업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 간부들이 조 단위 적자와 수주 공백 장기화가 이어지자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사측에 눈엣가시와 같은 노조원들이 수주 현장에 직접 뛰어든 사례로 사측과 호흡을 통해 경영정상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4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노동자협의회 간부들이 쉐브론, 쉘, 토탈 등 주요 선주사 10여 곳의 선주사를 찾아 나선 것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에 이어 올해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으며 조선업과 회사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실로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해 가장 먼저 기본급 0.5% 인상을 뼈대로 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해를 넘기며 갈등했던 2014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추석 연휴 전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당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임금협상 하루 전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에도 불참하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측과 합의한 임금협상은 기본급 0.5% 인상을 비롯해 임금타결 격려금 150만원, 노사화합 및 위기극복 실천 격려금 50만원, 리드타임 10% 단축 추진 격려금 250만원, 설·추석 귀향비 각 30만원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사안정이 필수라는 공감대에서 상호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