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등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기세가 등등해졌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에서 반이민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되기 전까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대로 된 서류도 없이 사람(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됐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테러 전부터 무슬림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야 하며 테러 차단을 위해 물고문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미국은 유럽의 테러 공격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며 “브뤼셀은 놀라운 사례다. 브뤼셀은 범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도시였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였지만 이제 재난의 현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이날 브뤼셀 테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FT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은 물론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와 영국독립당(UKIP) 등 포퓰리스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르펜은 “이번 테러는 야만적인 이슬람교도들의 공격”이라며 “즉각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UKIP 등은 느슨한 이민정책의 결과가 테러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NBC방송의 ‘투데이’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의 국경폐쇄 주장에 대해 “모두를 대상으로 우리의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예를 들어 이는 상업활동을 중지시켜 모두의 이익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신 클린턴은 “미국과 유럽이 테러 위험분자를 추적하고 확실한 여행기록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의 유럽 친구, 동맹들과 연대를 다시 확인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테러로 미국 안보를 위한 최상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놓고 대선후보 간의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프랑스 파리 테러와 미국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이 터졌을 때 트럼프와 클린턴이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에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테러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으로 공포에 휩싸인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국제사회와 연계한 경험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