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 노조를 향한 쓴소리…“경쟁사 노조를 봐라"

입력 2016-03-22 16:34 수정 2016-03-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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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이다.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사진>과 권오갑 사장이 22일 창사 44주년을 앞두고 이같은 강경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최고경영자(CEO) 담화문의 핵심은 체질개선과 ‘현대정신’으로 위기극복이다.

먼저 최 회장과 권 사장은 담화문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을 언급했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노조의 진정성을 선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다"며 "노동조합이 기업회생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경쟁사 노조를 거론하며 현대중공업 노조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또한 선주들의 인도거부와 계약취소로 열악한 자금사정도 언급했다. 이어 최 회장과 권 사장은 "금융권에서도 이제 조선업계에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면서 "무리한 과잉, 적자 수주 때문에 지금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왔다"며 "특히 해양과 플랜트는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경영진은 앞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감이 줄어드는 만큼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사항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며 "이제는 노동조합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사업본부 대표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사업본부별 사업대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사업대표들은 우리 사업본부가 동종업계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과연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솔하게 대화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구성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조직, 시설, 인원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우리 사업본부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 직원들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20일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 명예회장 15주기를 맞아 '현대정신'을 주문했다. 이들은 "명예회장님 묘소앞에서 두 눈을 감는 순간 우리의 자만심과 나태함으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지고 혹독한 시련을 주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야말로 '현대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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