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노트북 뭐 사지?” 내 주변의 수많은 답정너들이 내게 카톡을 보낸다. IT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컴알못’ 지인들이 노트북 추천을 요구할 땐 결국 마음속에 대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특히 여자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대학교 동기 여자친구들이 노트북을 추천해달라고 하길래 가격대와 용도를 물어보고 열심히 리스트를 만들었다. 다양한 제조사의 가성비 뛰어난 제품들을 뽑아주면, 소녀들은 내게 묻는다. “근데 그램은 왜 없어?”, “그램은 어때?”, “이거 그램보다 좋아?”
어찌 보면 LG 그램의 뛰어난 브랜딩 실력에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현재 맥북 말고 이렇게나 잘 먹히는 PC 브랜드가 또 있던가. 그램은 예쁘고, 가볍다. 하지만 가성비가 으뜸인 모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세상의 모든 ‘답정너’ 소녀들에게 노트북 시장엔 그램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고자, 내가 요즘 기분 좋게 쓰고 있는 노트북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ASUS 젠북 UX303UB.
나는 원래 젠북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좋아한다. 에이수스라는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든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 제품에도 젠북 특유의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날카로운 바디 라인이 적용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로즈 골드’ 모델이 있다는 사실. 여심을 울리는 그야말로 ‘심쿵’ 컬러. 로즈 골드 열풍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폰6s 로즈 골드 모델과 나란히 두어도 깔맞춤처럼 어울리는 고운 컬러다.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다른 빛깔로 빛나는 젠북의 시그니처 동심원 디자인에 핑크빛을 입히니 그 매력이 배가 되었다. 디자인은 최근 만나본 노트북 중 가장 사랑스럽다. 여기에 다아이몬드 컷 방식으로 마감한 모서리의 만듦새도 기가 막히다.
노트북을 열어 디스플레이를 들어 올릴 때의 부드러움도 일품이다. 무게 중심이나 설계가 완벽해 뚜껑(?)을 열 때 노트북 바닥이 들썩이는 볼썽사나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사용자에게 고급스러운 경험을 주는 마감과 디자인이다.
자, 노트북을 오픈했으니 디스플레이를 봐야겠지. 13.3인치 화면에 1920X1080 해상도로 크기나 화질이나 모두 무난한 편.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고화질 영상을 감상해보니 전혀 부족함이 없더라. 시야각이 좋아 어느 각도에서나 컬러가 틀어지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논글레어 패널을 적용해 난반사가 적고, 의도치 않게 내 못난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 거울 효과도 없었다.
키감은 아주 경쾌한 편. 묵직하게 눌리는 키보드를 좋아한다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가볍고 편안하게 눌리는 키판 덕에 손에 부담이 적다. 키패드 사이의 간격도 시원시원하게 넓으며 장시간 타이핑에도 오타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터치패드는 클릭할 때 예상보다 더 많은 힘을 줘야 해서 연약한 내겐 조금 힘들었다. 꾸욱, 꾸욱.
이제 휴대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1.45kg의 무게는 참으로 아리송하다. 휴대성을 강조하기엔 요즘은 초경량 노트북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1kg 미만의 노트북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무겁다고 평가하기엔 이 제품의 성능이 상당하다. 단순히 무게를 비교하기보다는 게이밍은 물론 업무용 프로그램까지 소화할 수 있는 고사양 노트북이 이 정도 휴대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를 찾아야 할 것. 여기서 조금만 더 무거워졌어도 휴대가 부담스러웠을 텐데, 1.45kg 정도면 충분히 들고 다닐 만한 몸집이다.
이 제품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감성적인 만족도와 실용성에 대한 만족도를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컬러, 고급스러운 파우치는 물론이고 뱅앤올룹슨의 아이스 파워를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만족스러웠다. 요즘 내가 친구보다 애인보다 사랑하는 넷플릭스를 감상할 때 안정적인 화질과 기대 이상의 풍부한 오디오가 나를 워싱턴으로 안내하더라(에디터는 요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정주행 중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성능이 훌륭해 활용 범위도 넓다. 핑크색 노트북이라고 해서 웹서핑이나 드라마 감상 용도로만 쓰는 귀요미(?)라고 편견을 가지면 곤란하다. 업무 전반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돌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니까. 스카이레이크 i7-6500U 프로세서와 8GB의 메모리, 256GB SSD 등 스펙은 터프하기 그지없다. 그래픽은 엔비디아 지포스 940M을 사용해 이펙트 팡팡 터지는 3D 게임도 매끄럽게 구동할 수 있다. 아쉽게도 에디터가 게임은 즐기는 편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니까.
대신 내 업무에서 가장 하드한 작업인 포토샵과 간단한 동영상 편집(이어 붙이기 수준이지만)을 시도해 보았다. 파일 용량이 하나에 20MB에 달하는 고화질 사진 20장을 한꺼번에 불러왔는데 생각보다 로딩이 빠르다. 본래 내가 사용하는 저사양 PC에서 이 같은 작업을 했으면 포토샵이 돌연사했을 텐데… 또르르. 대체로 모든 작업이 가볍게 돌아가며 반응에 딜레이가 없다. 같은 일을 해도 훨씬 쾌적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면 반가울 따름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원본이지만 4K 해상도로 촬영한 클립을 이어붙여 인코딩 할 때도 내가 본래 쓰던 PC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아, 좋다. 하다못해 부팅 시간도 빠르다. 버튼을 누르면 거의 바로 켜진다. 윈도우10 부팅이 원래 이렇게 빠른가.
확장성도 뛰어나다. 양옆을 살펴보면 내게 필요한 대부분의 단자가 준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개의 USB 3.0 단자는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특히 오른쪽의 USB 단자는 기기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게다가 급속충전! 이거야말로 꿀이득. SD 카드를 슬롯을 지원하며, HDMI도 지원한다. 다만 4300mAh의 3Cell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내 테스트가 너무 하드코어(?)했던 것인지 배터리 사용 시간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제품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가격 부담이 없을 만큼 중저가형 제품은 아니지만, 스펙이나 디자인 완성도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된 점도 매력 포인트다. 가격비교 사이트 기준 120만원 대 후반에 판매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예쁘고 성능 좋은 노트북이라고 하면 그램 밖에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자신 있게 소개해도 좋을 신상이란 얘기다. 보고 있니, 소녀들아. 세상엔 좋은 노트북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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