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첫 멀티 히트를 기록한 김현수 선수에게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강정호의 데뷔 초반 '침묵 타선'을 예로 들며 김현수를 기다려왔던 쇼월터 감독은 "오늘 김현수는 눈빛이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볼티모어의 9-3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김현수는 시범경기 첫 멀티 히트를 작성하며 타율을 0.097에서 0.147(34타수 5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에 따르면 벅 쇼월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현수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의 타격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수가 타격감을 좀처럼 찾지 못하자 관련 언론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감독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이러한 여론이 시작되자마자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감독의 눈에 들었다.
김현수가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895를 기록했던 KBO리그에서의 타격 영상을 전날 함께 보면서 한창 좋았을 때와 지금의 타격 자세를 비교하며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김현수의 통역이 선수 출신이 아닌 탓에 정보 전달이 원활해지지 않자 천 마디 말보다는 함께 비디오를 보면서 분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김현수는 이날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낸 피츠버그의 선발 후안 니카시오에게 유일하게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5회말 유격수 조디 머서의 점핑 캐치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는 안타를 쳐낸 데 이어 6회말에는 깊숙한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직구를 공략해 좌익선상 쪽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건 괜찮다는 신호"라며 "나는 어제저녁 그에게 그의 한국에서의 타격 영상을 보여줬고, 오늘 그의 2~3타석의 모습은 그때와 흡사했다"고 했다.
쇼월터 감독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김현수는 오늘 눈빛이 살아 있었다"고 했다.
앞서 쇼월터 감독은 한국산 '타격 기계'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길고 긴 침묵의 시간을 거치자 묵묵히 그를 기다렸다.
쇼월터 감독은 "강정호가 지난해 봄 얼마나 천천히 기량이 올라왔는지를 피츠버그 관계자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3월 6∼28일 치른 시범경기에서 24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막상 정규리그가 개막하자 강정호의 타격감은 물이 올랐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까지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쇼월터 감독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의 사례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김현수가 현재 적응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