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을은 지난 19대에서 전략공천 돼 그간 여권 강세지역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는 가운데 패배한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재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서 다시 도전한 김종구 예비후보가 가세했다.
◇신경민 “야권, 승리하는 정치 해야” vs 권영세 “나 자신과의 싸움”=더민주 신 의원과 권 전 주중대사는 4년 만에 재대결을 펼치게 됐다. 15일 오후 대림1동과 3동 사이에 상권 일대를 방문한 신 의원은 ‘든든한 선택’이란 문구와 기호 2번이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며 고민을 청취하고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지역행사에 참여하고 오후에 시장과 상가 등을 방문하는 등 지역구를 둘러보며 각종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가 많아 여기에도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
신 의원은 “우리나라의 방향을 세우고 민생·평화·민주주의를 바로잡는 길은 이번 총선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며 “결국 야권이 이겨야 한다. 이렇게 야권이 지리멸렬하게 돼서 1등을 여당에 갖다 바치는 것은 바른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겨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데 이렇게 지는 선거를 하고 있다”며 “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도 같은 날 오후 새누리당과 기호 1번이 적혀 있는 빨간색 조끼를 입고 신길동 근린공원 근처 상가를 방문했다. 이 지역에서 3선을 하다 지난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신 의원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한 그는 리턴매치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상대(신 의원)와 또다시 한다는 것보다도 제가 있었던 곳에 다시 돌아왔다는 지역에 대한 리턴”이라며 “상대에 대해서 크게 신경 안 쓰고 개인적으로 다시 재신임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는 무엇보다 4년간 공백기를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주중대사로 있던 1년 7개월간 고국을 떠나 있어 주민들과 교류가 제한됐었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만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때문에 주민들과 악수하면서 “저 기억하시죠?”라고 묻곤 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면 재신임받으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중국에서 돌아와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다시 만나보니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반겨주시고 잘 지지해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을은 전반적으로 ‘지역 개발’에 대한 주문이 컸다. 같은 지역구 내에서도 소득 격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거주하는 양모(53세)씨는 “요즘 동네 거리가 너무 지저분해졌다. ‘주차금지’와 같은 공공 표지판 등 시설이 닳아서 안 보여 시정을 요구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대로다”라고 지적하며 “세금을 다 내는데 왜 요구한 사안들이 잘 반영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국민일보ㆍCBS가 ‘리얼미터·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유권자 503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CBS노컷뉴스, 3/13,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4.4% 포인트, 응답률 2.8%,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영등포을 선거구에서 권 전 대사는 30.7%, 신 의원 23.2%, 김 예비후보는 12.5%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요즘 지역을 돌면 먼저 ‘일여다야’ 얘기부터 하고 시작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민의당의 목표가 정말로 야권의 승리를 원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예비후보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고한 3당 체제를 위해 “단일화는 절대 없다”고 밝혔다. 아직 두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공식적인 접촉을 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사는 야당의 분열로 유리한 구도 때문인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어차피 나 자신하고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신임받아서 또다시 되느냐 안 되느냐 이게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