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63)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장을 지명했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실상 중도 성향 인사를 내세워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파적인 인준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인준권을 쥔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어 새 대법관 지명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갈랜드 법원장을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갈랜드 지명자는 법원 사서에서부터 검사, 법원장을 거치면서 풍부한 경륜과 뛰어난 판결 능력으로 법조계에서 두루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명 결정을 하면서 엄중하고 폭넓은 절차를 거쳤다”면서 “단기적인 효율이나 편협한 정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원에 갈랜드 법원장의 인준을 거듭 요청했다. 갈랜드가 대법관에 최종 임명되려면 상원의 권고와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카고 출신인 갈랜드 법원장은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관 진용에 진보 색채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공화당의 반발을 고려해 중도 성향의 백인을 지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원내대표는 “‘정치적 절차(대선)’가 진행될 때는 지명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공화당내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상원이 새 대법관 지명자에 대해 인준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대법관은 총 9명. 지금까지 대법관 진용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 구도 였다. 그러나 보수파를 대표한 스캘리아가 사망하면서 현재 보수와 진보는 4대 4가 됐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을 우려해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갈랜드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 자체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대법관 1명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