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자존심’ 이세돌,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승부근성

입력 2016-03-15 10:38 수정 2016-03-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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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대국 중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이세돌 9단(AP 뉴시스)
▲알파고와 대국 중 골똘히 생각에 잠긴 이세돌 9단(AP 뉴시스)

이세돌이란 이름은 순우리말이다. 돌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3남 1녀 중 막내인 이세돌 9단의 친형은 차돌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바둑을 권유한 것도 아버지였다. 이세돌은 6살이 되던 해 처음 바둑을 접했다. 고향인 신안 비금도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한 바둑이었지만 이세돌은 일취월장했다.

아들의 재능을 눈여겨 본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바둑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이세돌의 집요한 승부근성도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에서 비롯됐다. 자상한 아버지였지만 바둑에 있어서만큼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세돌의 친누나인 월간바둑 이세나 편집장은 블로그를 통해 “아버지는 복기를 매우 중요시 했다. 때문에 동생과 대국 후에는 상세한 복기가 뒤따랐다. 동생이 아버지의 실력을 넘어섰을 때도 복기할 때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이세돌 9단 어린 시절(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이세돌 9단 어린 시절(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이세돌은 압도적인 수읽기를 통해 전세를 흔드는 바둑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의 정확하고 빠른 수읽기는 사활 풀이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사활 풀이에 있어 쉽게 보이는 답이라도 몇 번을 반복 체크하고 모든 변수를 검토한 후 확신이 섰을 때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세돌은 8살 때부터 이미 아마5단의 기량을 갖췄다. 이때부터 어린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대회가 서울에서 열려 넉넉지 못한 형편에 뒷바라지가 어려웠다. 이세돌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각오부터 남달랐다.

이세나 편집장에 따르면 이세돌은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았지만 승부욕이 남달랐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툼도 많았다. 그는 “작은 체구지만 기질과 근성이 만만찮다는 것을 반 아이들이 알아챘는지 서서히 친구들과 다툼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세돌의 아버지는 “무엇을 하든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세돌은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그의 기록적인 행적이 이를 입증한다. 12세에 프로기사가 된 이세돌은 2000년 32연승을 거두며 ‘불패소년’이란 별명을 얻었고, 2003년 특별 승단제가 도입된 해, LG배 세계기왕전,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약 5개월 만에 9단으로 승격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선 이세돌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집요함과 승부근성을 보여줬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이는 노력과 열정, 목표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입증한 결과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알파고와 마지막 5국에 돌입하는 이세돌이 어떤 승부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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