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신탁형’은 투자 유경험자에게 유리
금융권, 고금리·수익 전략상품 출시…“고액계좌 500조 잡아라” 과열경쟁
“금융사가 稅 혜택 받아가는 구조 가입자엔 절세효과 없다” 비판도
다양한 상품을 한대 모아 관리하는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은행 14곳과 19개 증권사 등 33개의 금융회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ISA 특징 살펴보기 = ISA는 예·적금은 물론이고, 공모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파생결합증권(ELS·ELB) 등 투자 상품까지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투자할 수 있다.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이 기간 중 상품별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200만원(급여 5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ISA 계좌를 만들고 나면 우선 어떤 상품을 편입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기존에 가입된 예·적금이 비과세 상품이 아니라면 ISA에 예·적금 상품을 편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ISA 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예·적금 상품은 편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예·적금은 금리 외엔 차별성이 없는 상품이라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수수료는 연간 신탁금액의 0.1% 수준이다. 다만 적금은 담으려면 ISA 판매 은행과 상품제공 은행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2~3개월은 걸릴 전망이다.
투자 상품은 크게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정해 편입시키는 ‘신탁형’과 투자성향별 포트폴리오를 선택해 세부 운영을 위임하는 ‘일임형’이 있다.
투자 경험을 통해 어떤 상품을 편입 있는 사람은 신탁형을, 초보자들은 일임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다만, 일임형의 경우 가입자가 맡긴 돈을 금융회사가 운용해주므로 운용 보수 격인 수수료(계좌 순자산의 0.1~1.0%)가 신탁형(순자산의 0~0.3%)보다 높다.
◇증권사·시중은행들 특화 서비스 내놔 = 일임형 상품은 증권사만 출시일에 맞춰 서비스하며,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서비스한다.
일임형 상품 중 초저위험 모델은 원금 보장형인 정기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중심이고 중위험군에는 채권형이나 혼합형 펀드, 고위험엔 주식형과 파생상품 펀드, ELS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고위험 포트폴리오 중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주식형(28%), 유럽주식형(10%), 일본주식형(4%), 중국주식형(4%), 국내채권형(12%), 신흥국채권형(23%) 등으로 구성해 각 나라 경기상황별 세분화를 특화시켰다.
NH투자증권은 절세형 중위험 모델포트폴리오에서 지수형 ELS를 50%나 담았다. 키움증권은 배당형 펀드, ETF,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등 배당형을 대거 선보였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전략 상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분류해 추천 상품을 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제휴를 맺고 20여 개 저축은행 예금상품을 ISA에 편입시켰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통상 연 1.5%대 내외인 반면 저축은행은 연 2.5%대 수준으로 금리 면에서 매력적이다.
NH농협은행은 지역농·축협 정기예탁금(1년제), 채권형과 채권혼합형펀드 8종, 시중은행 정기예금 5종 등을 ISA에 담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히든카드로 준비했다. KOSPI 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으로 만기평가일(3개월)에 지수에 따라 5.0~5.01%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500조’ 고액 은행예금 이동할까 = 경기 부진에 예금액이 10억원을 넘는 고액의 은행 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나 ISA와 함께 이동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예금은행의 잔액 10억원 초과 고액계좌(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 기준)의 수신액은 514조8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23조6000억원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예치돼 단기 부동화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ISA 출시에 맞게 자금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ISA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한편 ISA는 출시와 함께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ISA 출시에 앞서 고가 경품으로 시작된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자정 노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자율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전국은행연합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절세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ISA 도입으로 세제 혜택을 소비자가 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가 받아가는 구조여서 서민을 위한 상품이 아닌 세금 탕진 상품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