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나이가 들 수록 더 급진적이 된다(Only women become more radical with age).”
올해 여든 한 살이 된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의 주장이다. 저서 <길 위의 나의 인생(My Life on the Road)> 홍보 차 영국을 방문한 스타이넘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960년대에는 저널리스트로, 현장 운동가로 나섰다면 근 20년만에 펴낸 이 책을 통해 스타이넘은 자신을 ‘일평생을 여성으로, 여성 운동가로 여행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스타이넘은 저서에서 자신을 ‘현대 유목민(modern nomad)’라 칭했다.
그가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은 활동을 위해 이동할 때 여성인 자신이 운전을 할 경우 이상하게 여겨져 고립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 책을 통해 증언하고 있다. 역시 여성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어머니는 자유로운 영혼인 아버지에 비해 굉장히 제한이 많은 삶을 살았고 이로 인해 평생 정신질환으로 고생했다. 또한 젊은 시절 같이 활동했던 남성들은 차 안에서도 마치 스타이넘이 투명인간인 것처럼 “뉴욕에는 해마다 글을 쓰겠다는 예쁜 여자애들이 오지.”라며 빈정거렸다고 전한다.
고든 기자는 “지금의 여성 운동가들과 1970년대 운동가들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스타이넘은 “현재의 젊은 여성들은 행동에 활발히 나서고 급진적이며 분노도 잘 한다. 그러나 그건 과정이다. 우리 때도 그 나이엔 그랬다.”면서 “지금도 엠마 왓슨이나 ‘에브리데이 섹시즘 프로젝트(Everyday Sexism Project)’를 전개하는 로라 베이츠 등이 있지만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급진적이 되는 부류인 건 마찬가지이다. 나도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여성 운동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성장하고 배우는 시절에 비해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 되어야 여성들이 성차별을 직접 절감하게 되며, 이후 더 많은 차별을 견디면서 비로소 여성들의 권리 신장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의미다.
그 자신도 30대가 되어 분노하게 되었으며 이를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1971년 7월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 등과 함께 전국여성정치회의(NWPC: National Women's Political Caucus)를 결성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운동을 펼쳤으며 <미즈(Ms)>라는 잡지도 창간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도보로 횡단했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리아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가 진행됐던 장소 중 한 곳이었던 소매점에서 한 고객이 “당신은 아이를 반대하는 사람 아니냐, 당신은 미래의 잠재 고객까지도 죽일 수 있지 않느냐”라는 공격을 하기도 했다고 고든 기자는 전했다.
새 책에서 스타이넘은 예순이 넘어서 한 결혼 등 다른 사적인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친절했지만 자신이 ‘너무 많이 공부한 여성’이 될까봐 걱정했던 아버지에 대한 애정,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와 가졌던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얘기들은 적었다.
고든 기자는 스타이넘이 최근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응원하면서 현재 당내 경선을 벌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열광하는 젊은 여성들을 비난해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서도 물었다. 여성이 여성을 응원하지 않는다는 비난이었다.
스타이넘은 물의를 만회하려는듯 “샌더스 의원에 의해 제안되는 공약들을 기쁘게 보고 있다. 그것이 여성의 일자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여성이라고 해서) 새라 페일린을 지지한 적이 없다.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창피를 당하는 것은 원치 않지만 모든 면에서 페일린에게는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이 샌더스에 비해 더 나은 후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포의 정치를 제공하는 한편, 샌더스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