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공계 위주의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개혁을 이루겠다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내걸었음에도, 정작 국공립대가 나서지 못한 이유는 얻는 게 큰 만큼 잃는 것도 크기 때문이다. 산업 수요에 맞춰 정원 조정을 하겠다는 정부에 재학생들은 기초학문을 죽이는 취업몰입식 길들이기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형국이다.
9일 교육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라임사업은 이공계·의학계열 강화와 인문사회계·예술계열 감축이 핵심인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다. 구조조정 비용으로 총 19개 대학을 대형과 소형 사업으로 나눠 선정해 학교당 50억~300억원을 지원한다. 300억원 1곳, 150억원 8곳, 50억원 10곳 등이다.
지원 규모가 가장 큰 1곳으로 선정돼 3년을 이어갈 경우 최대 9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900억원이면 아예 대학을 새로 하나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통 큰 지원에 사립대들은 잇따라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계획서 접수 마감인 이달 말까지 거론되는 대학은 훨씬 늘어날 예정이다. 프라임사업 선정 대학은 4월 말 발표된다.
반면 국공립대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조용한 형세다.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라임사업에 맞춘 구조조정 추진이 어렵고, 재학생과 졸업생의 반발 등 예상되는 손실이 크다는 게 교육계의 시선이다. 국공립대 특성상 인문사회계를 구조조정하면 내년부터 이후에 받을 예비신입생들에게까지 미치는 타격이 사립대보다 심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프라임사업을 추진한 사립대 소속 학생과 교수진은 “정부가 대학의 근간을 훼손하고 취업 사관학교를 만드는 구조조정 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사업 전부터 마찰과 갈등이 심하고 탈락한 대학의 경쟁력 저하 등 후폭풍도 거셀 수밖에 없어,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프라임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전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마감 전이지만 앞서 신청 여부를 파악해본 결과 국공립대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공립대들은 대탐대실인 프라임사업 대신 비교적 소탐소실인 코어(CORE,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학교당 5억~40억원을 20개∼25개교에 차등 지원하는 코어사업은 정원조정이 전제되지 않아 지역거점국립대 대부분이 신청했다. 코어사업 선정 결과는 다음 주 발표된다.
김민하 교육부 학술진흥과 사무관은 “현재 최종 심사단계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정리를 마치는 대로 선정 대학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