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4세들의 전쟁터가 된 면세점 시장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명품 유치에 한 발짝 다가가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신세계, 한화, 두산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삼성, 한화, 신세계, 두산 등 4개 그룹의 재벌 3~4세가 일제히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서울 시내면세점 티켓을 거머쥐면서 올해 치열한 ‘명품 빅3’ 유치전을 치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소위 3대 명품 입점과 관련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4곳 중 유일하게 명품 빅3의 유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공이 컸다.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처음 유치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명품 없는 면세점’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접 해외 현지를 찾아 명품업체 회장들을 만나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측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이는 계약 진행 중 명품업체가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제외하고 서울 시내면세점에 입성한 다른 3곳의 명품 유치는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가면 자칫 ‘명품 없는 면세점’이라는 낙인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은 정유경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에 에르메스 입점과 관련해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면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올해 5월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여는 시내 면세점에 입점이 확인된 명품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에는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이 태스크포스(TF)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의 면세점 사업에는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이 사업전략 담당 전무로 합류해 챙기고 있다.
이들은 본격적인 오픈 전에 명품을 입점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까닭에 국내 추가 입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미 시내면세점 한 곳(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들이 요구하는 매장 인테리어 등 여러 조건들을 갖추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점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그랜드 오픈까지는 입점이 무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