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회계법인 업계 판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매각 딜이 워낙 많고 크기 때문에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느냐 못 되느냐에 따라 회계법인의 명암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최근 M&A 회계법인 자문사 시장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이 독주하고 있다.
2015년 삼일의 금융자문 건수는 총 26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회계자문과 실사자문을 합하면 30건이 넘는다. 거래 규모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딜로이트 안진(이하 안진)과 투톱을 이뤘으나 최근 원톱 체제로 바뀐 것이다.
업계 판도가 바뀐 것은 산업은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안진회계법인에 매각 딜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원대의 부실이 터진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이 안진이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등 최근 산업은행에서 사고난 자회사 감사 담당이 안진이었다”며 “이해상충 관계가 없는 나머지 회계법인 가운데 실무가 가장 뛰어난 곳이 삼일이다보니 삼일과 더 많은 딜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증권 매각 주관사를 맡으며 M&A 시장에서 치고 나가고 있는 EY한영도 산은 후광이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Y한영의 변화는 영입 인사에서 시작됐다.
한영은 지난 2013년부터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윤만호 전 산은지주 사장, 김수공 전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 등 업계 고위직 인사를 영입했다. 2012년 합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EY한영의 상임 고문으로 있다.
산업은행이 삼일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삼일은 M&A 자문업계 1위인데다,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M&A자문 업무 역사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전문성만큼은 독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산은과 삼일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분식회계로 계열사 대부분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산은이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이 때 산은이 선택했던 회계법인이 삼일이었는데, 그 전통이 아직 이어진 셈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보고서를 받아보면 빅4 회계법인 가운데 삼일이 단연 뛰어나다”며 “감사나 세금 등은 큰 차이가 없지만 어드바이저리 부문은 삼일과 다른 곳의 차이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