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이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낙하산 인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해상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이철영 대표 연임 결정과 함께 성인석 전 MG손해보험 부사장을 새 감사로 선임했다.
성 감사는 과거 편법 재취업으로 논란이 됐었다. 성 감사는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장 출신으로, 그린손보가 MG손보에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된 후, 이 회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성 전 국장은 공직자윤리법(17조)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해임을 요구받았다. 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성 감사는 행정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패소하고 결국 지난해 2월 중도 사임했다. 불명예 퇴진했던 성 감사가 1년 만에 다시 보험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얼마전 금감원은 보험사의 감사 인사에 개입해 파장을 일으켰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잠잠했던 금피아 인사가 다시 불거진 셈이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주요 보험사에 상근감사직의 3연임은 물론 다른 금융사로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퇴직 후 갈 곳 없는 인사를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자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미 감사를 내정한 일부 보험사는 이사회를 다시 열기 어렵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대다수 보험사가 금감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권의 한 관계자는 “피검기관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보험권 내 금피아 인사가 확장하는 추세다.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자 퇴직공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독립보험대리점(GA) 형태의 신설법인에 상근감사 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GA 가운데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는 곳은 지난해 설립된 삼성생명 판매자회사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를 비롯해, 피플라이프, 위홀딩스, 퍼스트에셋 등이 있다.
보험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은 내부통제, 감독·감시 업무에 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외부인사가 유입되면서 내부출신들의 기회가 박탈된다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