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주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과 자회사 밥캣의 국내 상장이 결정되며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험이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의 두산그룹 회장 선임 소식도 주가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3일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각각 전일대비 3.08%, 2.98% 상승마감했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일주일간 주가가 각각 10.8%, 17.7% 급등했다. 같은 기간 두산인프라코어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도 8.55% 올랐다. 지난 1월 20일께 줄줄이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던 두산그룹주가 모처럼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주의 약진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부문 매각으로 그룹의 재무 유동성 위험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디엠티홀딩스)에 1조1308억원 규모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양도기준일은 다음달 29일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매대금 1조500억원은 현금으로 수령하고, 순차입금 808억원은 양수회사에 이전키로 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3조854억원에서 2조원 초반으로 약 35% 감소할 전망” 이라며 “금융비용 역시 지난해 1525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해 단기 유동성 우려는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공작기계부문 매각이 완료될 경우 순차입금은 2조원 수준으로 하락되고, 하반기에는 밥캣의 상장도 추진되고 있어 유동성 위험 경감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도 주요 계열사의 자산매각으로 연결차입금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부문 매각으로 두산의 연결 부채총계는 22조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 이라며 “두산건설의 관악 레미콘 공장 분할 후 매각 등 주요 계열사의 자산·사업부 매각으로 향후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험 우려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 자리를 승계하며 ‘4세 경영시대’를 연 것도 투자심리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박 신임 회장이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며 주요 사업에 대한 매각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해 유동성 리스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에 대한 유동성 위험 우려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주요 계열사의 자산·사업부 매각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단기에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공작기계 매각 대금유입에 따른 이자비용 감축효과가 해당 사업부문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KDB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도 “자산매각을 제외하면 영업에서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길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박 신임 회장의 선임이 그룹 유동성 개선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재무 상황에서 신임 총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진행중인 구조조정을 계획대로 마무리하고 연내 그룹을 안정화시키는 일일 것”며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면세점 사업도 신규 사업자들의 성과가 좋지 못한 상황으로 그룹의 재무 상황을 볼 때 연내 과감한 투자와 확장 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산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유력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기업의 이익창출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 위험 우려가 완화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