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중견·중소기업이 초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증가폭이 2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대출 한도를 증액하고 프로그램을 조정하면서 증가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같은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동 대출 취급실적에 비례해 한은이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제도다. 현재 대출금리는 프로그램별로 0.5%에서 0.75%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던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이 크게 꺾였다. 전월대비 94억원 증가한 5조103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그램 신설후 첫 실적을 보였던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월별 증가세다. 지난해 8월에는 한달동안 5295억원이 증가하는 급증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은 303억원 증가한 2조8902억원을 기록, 두달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이 또한 지난달 증가폭(372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달연속 마이너스세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기간 감소폭은 604억원을 기록했었다.
지방중소기업은 117억원 증가한 5조9304억원을 기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라 지역본부에 특별 배정된 지원금 중 일부지역에서 초과 집행이 이어지며 한도유보분 집행이 넉달연속 이어졌다. 다만 이는 지난해말로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3월부터는 추가 집행은 없을 예정이다.
이밖에 무역금융지원은 한도인 1조5000억원을 유지했고, 영세자영업자지원은 27억원 감소한 652억원에 그쳤다.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는 현재 20조원으로 배정돼 있다. 프로그램별 한도는 설비투자지원이 7조원, 기술형창업지원이 5조원, 지방중소기업지원이 5조9000억원, 무역금융지원이 1조5000억원, 영세자영업자지원이 5000억원, 한도유보분이 1000억원이다.
다만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늘린 25조원으로 정하고,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의 명칭을 창업지원으로 변경하는 등 수출과 설비투자, 창업촉진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3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한은 대출실적으로는 2개월후인 5월부터 잡힐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완만하나마 늘고 있는 중”이라며 “은행 실적 기준으로는 지난해말 대출이라는 점에서 연말 요인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초엔 대출수요가 줄어드는게 보통이라는 점에서 3~4월 실적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도를 증액하고 운영방식도 조정했다는 점에서 5월 실적부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중개지원대출 증가에 따라 한은 대출금도 18조9204억원을 기록, 5개월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타대출로 지난해 10월16일부터 3조4313억원이 집행돼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8월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회사채정상화방안을 위해 산업은행에 대출키로 했던 금액이다. 만기는 작년 10월부터 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