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을 확인하고 취재하던 기자에게 A기업의 경영진은 이같이 협박(?)했다.
인수합병(M&A) 특성상 워낙 비밀리에 딜이 진행되다 보니 사측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측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조치를 운운할 정도로 틀린 팩트가 아니었기에 기자 역시 충격이 컸다. 대부분의 기업은 M&A 관련 사항 취재 시 곤란한 상황이면 노코멘트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A기업은 이후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 사실이며 현재 추진 중이라고 답변 공시했다.
명백한 팩트를 확인 요청한 기자에게 법적 고발 운운한 이 회사는 소액주주들과 수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신일산업이다.
국내 최초로 모터 개발 기술을 개발해 선풍기업 업계 굴지의 1위를 지켜왔지만 계속된 소액주주와의 분쟁 탓에 실적과 주가는 매우 저조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신일산업이 20년간 무배당으로 일관, 주주가치를 무시하는 등 경영진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그간 양측 간 분쟁을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라보던 기자 역시 경영진에게 기막힌 행동을 직접 당하자 주주들의 입장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적반하장격 태도에 장기간 회사의 가치를 믿고 투자하던 주주들은 얼마나 갑갑했을까.
최근 주주가치를 무시하는 회사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소액주주들이 반격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국내 유명 내의 업체인 BYC의 소액주주들 역시 지난해 말 소액주주협의회 모임을 발족하고, 최근 사측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신청했다.
BYC소액주주협의회 관계자는 “BYC는 8400%에 이르는 막대한 유보이익과 최근 3년간 평균 순이익이 200억원을 웃도는 등 실적이 우수함에도, 배당성향이 3.6%로 국내 상장사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인 15.3%에도 훨씬 못 미친다”며 “상장 주식수가 62만여주로 매우 적은 상태에서 주식의 75%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어 거래 유동성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대주주 일가 소유의 관계사와 내부거래 비중도 높아 경영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KT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불법 행위로 과징금을 내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KT 전 CEO들을 상대로 25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17일 1심에서 패소했다. 소액주주 측은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토비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5월 보유 주식을 고점에서 매도한 임직원에 대해 해임과 징계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며 이번 주총에서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주주는 회사의 성장과 가치와 동행하기 위해 투자한 아군 중의 아군이다. 회사의 성장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회사의 가치와 더불어 같이 그 기쁨을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저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주주 가치를 무시해 주주들이 눈물짓는 일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과도한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