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고령화로 몸살 일본 골프장…4년 뒤 골프인구 20% 감소

입력 2016-03-01 05:50 수정 2016-04-0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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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일본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난조시의 류큐골프클럽 전경. 나하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오상민 기자 golf5@)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난조시의 류큐골프클럽 전경. 나하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오상민 기자 golf5@)

일본 골프계가 또다시 위기다. 베이비부머를 일컫는 단카이세대(団塊世代ㆍ1947~1949년생)의 은퇴에 따른 골프인구 감소 때문이다. 일본 내 133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PGM(퍼시픽 골프 매니지먼트 홀딩스ㆍ대표 다나카 고타로)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골프인구는 730만~740만명으로 5~6년 전 900만명보다 200만명 이상 줄었다.

골프인구의 상당수는 60세 이상의 고령자이지만 골프를 즐기려는 20~30대 젊은 층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 같은 골프인구 감소 추세는 점점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어서 4년 뒤인 2020년에는 현재 골프인구의 20%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PGM 측의 분석이다.

사실 일본 골프인구의 고령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내 골프 붐을 주도해온 단카이세대의 고령화와 젊은이들의 골프 기피는 산업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불황을 넘어 산업 존폐를 우려해야 하는 시기까지 왔다. 그야말로 ‘고령화의 저주’다.

그렇다면 일본 골프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 일본 PGM을 방문 취재했다. PGM은 도쿄(東京) 미나토구(港区) 다카나와(高輪)라는 비교한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다. 도영지하철 미타선(三田線) 시로카네다카나와역(白金高輪駅)에서 도보 2~3분 거리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여행ㆍ대리점팀 매니저 요시무라 겐야(吉村堅也) 씨와 회원관리 그룹 매니저 야나기사와 이치오(柳澤一王) 씨다. 이들은 현재 일본 골프계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도 골프장의 흑자 경영에 대해선 그리 회의적이진 않았다.

일본은 현재 골퍼의 고령화와 골프인구 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골퍼 유치도 그 중 하나다. 장기 불황으로 도산 위기에 놓인 일부 골프장이 외국인에게 회원권을 분양하거나 골프투어 모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골프장 관리상태가 좋지 않아 그린피가 저렴한 골프장이 대부분이다.

그에 반해 재정상태가 양호한 다수의 회원제 골프장은 버블경제(1985~1990년) 이후 다져진 위기관리 능력과 생존 노하우를 터득했다. 이에 대해 요시무라 씨는 “PGM이 운영하는 133개 골프장의 연간 총 (유료) 내장객은 100만명”이라며 “그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내장객 유치 없이도 흑자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골프장 운영 노하우가 녹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나기사와 씨는 이에 대해 “일본 골프장의 평균 회원권 가격은 150만엔(약 1500만원)”이라며 “저렴한 골프장은 30만~50만엔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원권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연회비(약 3만엔)를 받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이 발생한다”며 “고가의 회원권 분양 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골프장 장비 및 식자재의 공동구매도 흑자 경영 노하우다. PGM은 133개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모든 장비 및 식자재를 공동구매, 골프장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주머니 부담도 덜게 했다.

야나기사와 씨는 “133개 골프장의 장비ㆍ식자재를 동시에 구매하기 때문에 경쟁 골프장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며 “그 가격 경쟁력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퍼의 고령화와 골프인구 감소는 결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은 한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이 바라본 한국 골프장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았다.

요시무라 씨는 “지금의 한국 골프장 환경은 20년 전 일본과 너무도 흡사하다”면서도 일본과는 다른 면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골프인구 400만명에 500개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본은 골프인구 750만에 30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공급이 과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일본의 버블경제 이후 일본 골프장의 줄도산을 보면서 충분히 참고가 됐으리라 생각된다”며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은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결국 비회원 모객을 위한 마케팅이 골프장의 미래를 결정 짓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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