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 ⑤] “수출 감소는 구조적 요인...신성장동력 키우고 고부가가치 육성해야”

입력 2016-02-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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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상좌담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고, 앞으로도 뚜렷하게 증가할 기미도 없어 장기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2013년보다 8%나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1월 수출은 18.8%나 줄며, 2009년 8월(-20.9%) 이후 6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자동차·석유화학·철강·반도체·선박 등 13대 주력품목 수출도 모두 감소해 총수출 대비 비중은 지난해 79.3%에서 1월 77.8%로 하락했다.

전 세계 교역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한국 수출 급감의 배경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수입액은 2014년 17조548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15조3290억 달러로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17조870억 달러에서 15조2150억 달러로 11.0% 감소했다.

이투데이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 4명과 지상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단기적으로는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구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들었다.

최배근 교수는 “지난 1년 이상 진행된 수출 감소세는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명목 달러 기준으로 세계 GDP 비중에서 세계무역액 비중이 하락해 금융위기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전체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수출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0대 수출상품이 모두 제조업이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중국 등 후발국이 우리의 주요 수출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면서 수출시장을 잠식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만약 우리가 선진기술을 모방하던 전략을 계속 유지한다면, 기업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해지면서 향후 세계경제가 개선되더라도 우리 수출이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위안화 약세와 일본의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 또한 우리 수출기업에 타격이 됐다”며 “특히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과 주요 수출품이 겹치는 상황도 악재다. 일본의 경우 엔화 약세를 선진국들이 1~2년 전부터 용인해 주면서 국내 수출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배 연구원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주요 10대 수출품목은 거의 그대로였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러면서 중국 등 후발국 등에 쉽게 추격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이대로는 어렵다는 경고가 수없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수출 부진에 대한 진단은 결국 정부의 수출대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재탕, 삼탕으로 이어지는 뻔한 대책과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대책들만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출기업이라고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수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 요인이라는 것이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말로만 신성장동력을 외쳤다”며 “동일한 정책 메뉴가 반복되는 이유는 중요한데도 실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교수는 “정부 대책은 신흥국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수출품목 다양화(소비재·서비스·기술 등), 그리고 내수기업 3000개를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무역전문가들이 수출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쪽집게’ 과외, 한중 FTA를 활용해 중국 내수시장에 본격 진출해 FTA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등인데, 거의 구호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이 과거 대책과는 달리 기대해볼 만하다면서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신산업분야에서 정부의 규제 프레임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격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며 “물론 매번 들었던 내용이라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규제 프레임의 전환은 신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수출은 한동안 감소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의 수출대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정규철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지닌 한정된 자원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유망산업, 유망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외부 환경변화에 신축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부실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배 연구위원도 “사물인터넷·산업인터넷의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조선·해양, 자동차, IT, 반도체, 전자, 의료, 문화콘텐트 등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기반으로 혁신·융합을 통해 사물·산업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기업 사업재편, 서비스산업 육성 등 강도 높은 구조개혁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신(新)수출 엔진에 대한 집중적 R&D 지원, 원·엔, 원·위안 환율 간 적정 수준을 고려한 환율정책과 더불어 경제금융 외교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바람직한 그림은 정부가 기업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베이스 마련을 위해 핵심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배근 교수는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학자답게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현재 새로 출현하는 사업모델이나 산업들을 보면 자본 중심의 경제에서 사람, 즉 아이디어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이나 우버, 에어비앤비 등 아이디어 집약적 산업들은 제조업과 달리 ‘협력의 경제’ 원리에 기초하고 있고, 따라서 인재 육성과 관련한 교육방식이나 사회운영 등에 있어서 새판을 짜야만 고부가가치의 아이디어 업종의 육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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