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아니면서, 지역에 기반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독립 서점이 실제로 많이 늘고 있다. 미국서점협회(ABA)에 따르면 2009년에 등록된 독립 서점 수는 1401개. 이것이 2012년에 1567개로, 2013년에는 1632개로 늘어 연간 약 10%씩 증가했다. 폐업한 독립 서점의 수나 수익에 대한 통계는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어느 분야에 특화한 책만 판매한다거나 낭독회나 독서클럽, 저자와의 대화 같은 모임도 자주 여는 지역 밀착적 소규모 ‘동네 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열며 눈 밝은 애독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집계는 못 찾았다.
하지만 독립 서점이 늘고 소비자들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동네 서점 지도, 관련 정보 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곧 서비스할 예정인 퍼니플랜(Funnyplan) 같은 업체도 등장했고, 고급 콘텐츠 제공을 지향하는 퍼블리(Publy)가 속초의 동네 서점인 동아서점과 손잡고 원하는 고객들에게 도서 골라주기(curation)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던 것도 좋은 예다.
독립 서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전체 책 유통 산업에서의 비중, 수익성 등이 비례하거나 하는 건 아닌 듯하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한 출판유통진흥원 자료를 보니 지역의 중형 서점이나 소형서점(매장규모 22.5평)들은 폐업을 고려하거나 다른 물품 판매로 유지하는 등 수익 상황이 양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 자료에서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독립 서점들이 아마존의 공세에 무너진 보더스, 반즈앤노블 등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들과 달리 활기를 띠고 있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소개한 것이었다.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는 요인으로는 아무래도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벌여 지역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불가피하고도 급격하게 줄었고 또 억제됐던 아날로그적 체험에 대한 향수와 욕구가 다시 고개를 든 것도 독립 서점, 동네 서점의 인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NYT) 논설위원인 프랜시스 X. 클린스도 최근 ‘열정을 품은 독립 서점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글에서 그렇게 분석했다. 이 글에서 ABA의 최고경영자(CEO)인 오렌 테이처는 “독립 서점들은 컴퓨터 스크린을 넘어 삶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을 찾았다. 이들 독자는 입체적으로 책을 경험하고 싶어 하며 익명의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것보다 직접 촉감을 통해 책을 고르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책을 읽고 소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모르는 세상에 대한 탐험이자 교신이기도 하며 독서의 경험이 공유,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낸 경우도 많은 걸 보면 매우 혁명적인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독서 습관을 저해하는 면도 분명 있지만, 이를 통해 오히려 함께 읽고 이야기하려는 모임도 쉽게 생겨나고 있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아자르 나피시(Azar Nafisi)는 “아마존은 창고를 창조했을 뿐”이라고까지 단언했다. 나피시는 “지역 공동체에 있는 서점의 존재가 공동체를 창조하고 있으며 공동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면서 “서점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고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다. 그렇지만 자발적으로 모여 입장과 생각을 나눌 공간이 책을 매개로 하는 동네 서점, 독립 서점이 된다면 이는 고대 그리스 아고라 같은 공간이 되어 문화와 문명의 발전을 유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