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증시를 운영하는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운영하는 도이체뵈르제의 합병이 재추진된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미국 경쟁업체에 버금가는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 운영사가 탄생하게 된다.
LSE와 도이체뵈르체는 이날 대등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병 후 도이체뵈르제의 주주들은 합병회사의 54.4%를, LSE의 주주들은 45.6%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시가총액 규모는 283억 달러(약 34조8656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단숨에 미국 증시를 이끄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과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거래소(IE)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증권거래소 업체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양사의 합병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사의 합병은 2000년을 시작으로 2004년에도 추진됐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2005년에는 호주 맥쿼리은행이, 2006년은 미국 나스닥이 LSE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도이체뵈르제와 당시 NYSE유로넥스트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당국이 독점을 우려해 합병을 불허했다.
합병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유럽 거래소 운영업체들은 현재 현물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미국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있다. 도이체뵈르제의 경우 LSE가 갖지 못한 파생상품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고, LSE의 경우 현물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양사의 합병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기준으로 LSE와 도이체뵈르제의 유럽 주식시장 점유율은 각각 18.9%, 8.9%로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 논의를 이날 공식화했다고 해도 최종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들의 동의와 독일 및 영국 당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 회사의 몸집이 커서 당국의 반독점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유럽지역 거래소 업체들의 합병 시도는 있었지만, 주주들의 반대와 당국의 시장 독점 우려 등으로 무산됐다.
합병 논의 소식이 전해지자 23일 LSE와 도이체뵈르제의 주가는 각각 13.71%, 3.5%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