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60)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IMF 집행이사회는 11일(현지시간) 전날까지 진행된 총재 후보등록 결과 라가르드 총재가 유일하게 후보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최종 이사회의 공식 면접 절차가 아직 남아있지만, 유럽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 등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이날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 장관까지 라가르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연임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라가르드 총재의 연임이 확실시됐다고 평가하며 그가 5년 연임 기간 해결해야 할 5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라가르드 연임 과제 중 첫 번째로 손꼽힌 것은 신흥경제 안전망 강화다. 신흥국은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유국 등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려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MF 개혁안이 지난해 통과돼 IMF 내 신흥국의 출자율이 높아지면서 IMF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의 요구와 이들 시장의 안전망 확충이라는 숙제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 것이 라가르드의 과제로 남게 됐다.
두 번째는 중국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11월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유로화, 일본 엔에 이어 중국 위안화를 편입했다. 이는 IMF가 중국 지도부의 개혁 의지에 ‘베팅’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 베팅이 얼마나 성공할 지가 그의 연임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연초부터 중국발 악재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면서 중국의 제도 개혁이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뇌관으로 지목되는 그리스 사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라가르드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과 함께 첫 임기가 시작된 직후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에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졸업하지 못하고 IMF를 비롯한 채권단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국제유가, 원자재 시장 붕괴와 사회적 불평등과 성차별, 기후변화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그의 연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