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JGTO] “송영한은 남자 투어의 이보미!” 일본 언론의 유쾌한 호들갑

입력 2016-02-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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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한이 한국과 일본 양국 남자 투어의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일부 일본 기자들은 ‘JGTO의 보미짱’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다. (KPGA)
▲송영한이 한국과 일본 양국 남자 투어의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일부 일본 기자들은 ‘JGTO의 보미짱’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다. (KPGA)

“송영한은 남자 투어의 보미짱(이보미)이다!” 일본 언론의 호들갑이 시작됐다. 주인공은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우승한 송영한(25ㆍ신한동해오픈)이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겸 아시안투어 레오팔레스21 미얀마 오픈을 취재 중인 일본 기자들은 송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우승을 차지했을 뿐인데 ‘JGTO의 보미짱’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송영한은 대회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보미 선수는 슈퍼스타다. 내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겸손한 답변 뒤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일본 기자들의 눈에는 송영한의 겸손하면서도 수줍은 모습마저 매력적으로 비쳤진 듯하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잡고 우승했다는 점과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외모 때문이다.

사실 일본 언론은 호들갑의 대명사다. 평범한 선수를 천재로 부각시키는가 하면 한 가지 재주를 가진 선수라도 열 가지 이상 가진 것처럼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송영한에 대한 일본 언론의 호들갑이 유쾌하게 느껴지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 오랜 침체 속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엔 스타플레이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KPGA 코리안투어와 JGTO는 동병상련이다. JGTO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흥행을 압도했다. 그러나 스타 부재라는 과제를 떠안은 JGTO의 인기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회 수와 총상금, 갤러리 수에서 JLPGA 투어에 밀리고 있다.

4년 연속 사상 최고 상금액을 경신한 JLPGA 투어는 올해 38개 대회에 총상금 35억2000만원(약 360억원)을 걸고 치러진다. 반면 JGTO는 26개 대회 34억9000만엔(약 350억원) 규모로 열린다. 갤러리 수도 크게 줄어서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JGTO의 불황 원인은 간판스타 이시카와 료(25)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진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일본 골프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PG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활약 한 번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에 대한 인기는 물론 JGTO 흥행에도 적시호가 들어왔다. ‘괴물’로 불리는 마쓰야마 히데키(24)가 선전하고 있지만 스타성 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JGTO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타야마 신고(43)와 같은 베테랑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는 건 JGTO의 스타 부재의 씁쓸한 일면이기도 하다. 바로 그것이 송영한을 ‘JGTO의 보미짱’으로 몰고 가려는 일본 언론의 속내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보미도 ‘JLPGA 투어 스타 부재’가 낳은 스타플레이어다. JLPGA 투어에는 미야자토 아이, 요코미네 사쿠라(이상 31)라는 두 거물이 존재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LPGA 투어 진출은 JLPGA 투어 흥행에 치명적인 결과를 안겼다. 문제는 두 선수를 이을 스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JLPGA 투어 37개 대회 중 22개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상금순위에서도 1위 이보미부터 5위 이지희(37)까지 전부 외국인이다. JLPGA 투어엔 더 이상 한국 선수 대항마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보미의 독주가 얄미울 듯도 하지만 뜻하지 않은 흥행카드로 떠오른 이보미를 향해 적대적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다.

결국 송영한은 한일 양국 남자 투어의 불황 속에서 떠오른 흥행카드다. 송영한은 올해 첫 우승이 목표였지만 개막전부터 목표를 달성, 3승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만약 그의 목표대로 3승을 달성한다면 ‘JGTO의 보미짱’이 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일본 언론의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일본 언론의 유쾌한 호들갑이 현해탄을 건너 국내 골프팬들의 닫혀 있는 마음까지 열 수 있을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한일 양국의 남자 투어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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