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품에 안긴 동아원… 이희상의 ‘희생’과 주진우의 ‘빠른 판단’ 합작품

입력 2016-02-0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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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상 회장, 경영권 포기ㆍ지주회사 격인 한국제분 매각… 사조 “종합식품회사 발돋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왼쪽),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왼쪽),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제분업계 3위 기업인 동아원그룹의 주인이 사조그룹으로 바뀐다.

사조그룹은 1일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제분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제분은 동아원그룹의 지주사 격 회사로 핵심 계열사인 동아원 지분 53.4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사조그룹 3개 계열사(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대림)로 구성된 사조컨소시엄은 한국제분 유상증자에 참여해 사조씨푸드 400만주, 사조해표와 사조대림이 각각 300만주 씩 총 1000만주를 1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지분 비율은 싸조씨푸드 34.06%, 사조해표·사조대림 25.55%씩으로 사조그룹은 한국제분 지분 총 85.16%를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직접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들어간 동아원그룹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새 주인을 찾은 배경에는 이 회장의 ‘경영권 포기 선언’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경영권 고수를 주장할 경우 매각 작업이 길어지고, 이는 기존 거래선과 직원의 이탈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아는 이 회장이 스스로 희생하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주 회장은 한국제분과 동아원 인수를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직원 고용승계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동아원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에 의해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우리와 한국제분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M&A를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거래 배경을 설명했다.

동아원그룹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창업자 고(故) 이용구 선대 회장이 1953년 11월 설립한 조선제분 주식회사를 모태로 한다. 동아원은 2000년 동아제분을 인수하며 제분업계 3위로 뛰어오른 이후 2000년대 중·후반 사세를 급속히 키웠다.

한때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지만, 급격한 사세 확장에 따른 차입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점이 부각되며 일부 금융기관들이 거래를 꺼려 유동성 악화가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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