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철종~고종시대 서얼 출신의 가객 안민영(安玟英·1816~?)은 1876년 스승 박효관(朴孝寬)과 함께 시가집 ‘가곡원류(歌曲源流)’를 편찬해 우리 시조를 정리한 사람이다. 그의 매화사(梅花詞)는 스승의 집에 갔을 때 막 피어나는 매화를 보고 지은 것으로 모두 8수나 된다.
“어리고 성긴 가지 너를 믿지 않았더니/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촉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暗香)조차 부동(浮動)터라.” 이건 제 2수다. 제3수는 이렇다.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빙자옥질, 아치고절, 암향부동(暗香浮動)은 다 매화를 상징하는 시어이다. 선자옥질(仙姿玉質)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고도 한다. 특히 빙기옥골은 얼음같이 투명한 모습과 옥같이 뛰어난 바탕(피부)이라는 뜻으로, ①용모와 재주가 모두 뛰어남 ②매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풀이돼 있다.
새해에 가장 먼저 피는 매화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절의를 나타내는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다. 우리나라 옛 시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이 바로 매화다. 매화를 매형(梅兄)이라고 부르며 임종 때까지 챙겼던 퇴계 이황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임포(林逋·968~1028)는 유난히 매화와 학을 사랑해 매처학자(梅妻鶴子), 매화를 아내 삼고 학을 아들 삼아 유유자적했다. ‘산 뜨락의 작은 매화’[山園小梅]라는 시가 유명하다. “성긴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떠오르고/그윽한 매향은 몽롱한 달빛 속에 감도네./서리가 먼저 내리려고 훔쳐보다가/흰나비가 혼이 나간 줄 알겠구나.”[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霜禽欲下先偸眼 粉蝶如知合斷魂] 구양수가 매화시 중 최고의 절창이라고 칭찬한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