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8등신 미녀의 대명사이자 서구형 미인의 기준으로 불렸던 바비 인형의 체형이 다양해진다. 바비 제조사인 마텔이 아담하거나(petite) 키가 크거나(tall) 통통한(curby) 체형의 일반인의 외모에 좀 더 가까워진 바비를 선보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마텔이 50여년 전통을 깨고 바비 인형 ‘몸매의 다양화’를 선언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마텔은 기존의 날씬한 오리지널 체형의 바비 인형에 더해 기존 체형과 다른 3개 모델을 오는 3월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피부색과 눈 색깔도 다양해진다. 마텔은 앞으로 30종의 머리색, 24종의 머리스타일, 22개의 눈동자 색, 14종의 얼굴 모양, 7종의 피부톤, 4종의 체형을 조합해 33개의 새로운 인형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3개의 모델 중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통통한 체형의 바비 인형이다. ‘굴곡진(curvy) 체형’으로 이름붙여진 이 모델은 오리지널 바비 인형과 비교하면 팔다리 부분 등이 통통해졌다.
1959년 출시된 바비인형은 데뷔한 지 50년 넘게 ‘비현실적으로’ 마른 몸매로 길쭉한 팔다리, 금발 미인의 상장이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이상적인 몸매로 서구형 미인의 기준으로 통했다. 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어린 아이들에게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여성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블린 마조코 마텔 수석 부사장은 성명에서“우리는 여자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미에 대한 관점을 넓혀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몸매가 어떠하든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녀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텔이 바비인형 다양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발의 백인만의 장난감이라는 오명을 탈피하려고 1967년 검은 피부의 인형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유색인종의 다양성 등의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피부톤과 얼굴 모양, 헤어스타일을 다양화한 이른바 ‘패셔니스타 콜렉션’을 선보였다. 이는 바비인형 57년 역사상 가장 다양화한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이 콜렉션의 인형의 ‘마른’ 체형은 그대로 유지돼 비판의 대상이 됐었다.
이처럼 마텔이 라인업을 계속 다양화하는 건 침체된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마텔은 바비인형을 1억 개 이상을 판매하는 등 역사상 최고 수익률이 높은 완구회사였다. 하지만 최대 수익원이었던 바비인형의 글로벌 판매는 4분기 14% 급감해 9억42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텔의 총 매출은 6.2% 줄었다. 특히 디즈니의‘겨울왕국’ 캐릭터 인형에 밀려 지난 2년간 바비인형 매출은 매 분기 10% 감소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다양화 시도는 마텔이 올해 미국 완구 업계 전체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마텔의 주가는 0.78% 오른 27.18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