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근무 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주 4일제나 하루 6시간 근무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이긴 하지만 근무시간 단축제를 도입한 곳도 등장하고 있지요.
여전히 많은 기업 근로자들이 무수한 야근과 휴일 근무에 시달리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억지로 회사 방침이나 그릇된 기업 문화를 따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조만간 전 세계에서 근무시간을 주 4일, 또는 하루 6시간 등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붙을 것 같습니다.
하루 6시간 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스웨덴은 예외로 치더라도 전 세계에서 근무시간 단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근로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면 현재 근무시간 단축 논의는 억만장자나 정부 고위 관계자 등 엘리트 계층에서 제기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 장시간 노동이 이제는 저속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해당 기사 칼럼리스트는 지난주 런던 은행 간부들이 모인 한 사교모임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했지요. 필자가 6명의 남성 간부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은 야간에 회의를 소집하거나 밤 11시에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에 질렸다며 새해부터 죽는 그날까지 과도하게 일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네요. 그 간부는 지난 3주간 하루 7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이전과 동일한 업무 성과를 올리면서도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사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필자는 경쟁이 치열한 워커홀릭(일중독) 산업의 상층부에 있으면서 일하는 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짧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에 주목하며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월가나 실리콘밸리의 고위 경영진은 우리나라 근로자만큼 오래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미국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는 과거에 자랑거리가 됐던 워커홀릭이 이제는 천박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하네요.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은 지난 2014년 7월 주 3일제 근무를 제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인 슬림이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 지금까지 깊게 인상이 박혔습니다. 슬림이 노동자를 엄청 생각하는 기업주 이미지도 아닐텐데 분명히 생산성은 유지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는 계산 하에 이런 제안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경기둔화 타개책 일환으로 여름철에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 2.5일간 휴무를 주는 주 4.5일 근무제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6%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수출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이를 상쇄하기 위한 내수 진작책으로 정부가 근무시간 단축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수년 뒤에 본격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CEO들도 그 때가 돼서야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생산 일정에 차질 빚는다고 발을 동동거리지 말고 미리 그런 트렌드가 올 것이라는 예측 하에 대비를 하면 어떨까요.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무시간이 줄어들거나 업무 패턴이 변할 때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