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생산기지가 수주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수조원대 적자가 났던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이 결국 수주물량 감소로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생산되는 해양플랜트는 총 7기로 이 중 4기가 상반기에 공사가 완료된다. 지난해 16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추가 수주가 없는 이상 울산지역 온산2공장에 이어 방어진 1공장 역시 폐쇄될 수 있다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수주 변화는 현대중공업의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 빅3 중 해양플랜트 리스크가 가장 적은 것으로 분류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프로젝트를 단 1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자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심해 시추사업 계획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주가 예고됐던 대형 해양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저유가 시장으로 인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10월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은 50만GT(총톤수)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급감했다.
문제는 해양프랜트 발주가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생산기지 가동률 하락과 함께 하청 노동자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하청업체에 대한 임금체불 논란이 빚어졌던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내에서 하청 근로자 1만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이미 불거진 상태다.
현재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일감을 고려할 때 1만5000명 수준인 하청 노동자는 올해 5000명, 내년에 1만여명 감소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플랜트 건조는 최대 2000명이 동시에 일하는 대규모 작업이다. 반면 상선 건조는 투입되는 인력이 최대 200~300명에 불과하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을 줄이고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생산 일정이 지연되면서 적자가 발생, 기술력과 관리 능력을 배양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내부에서 근원적 문제점을 찾고, 수익성이 개선될 때까지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만 집중하겠다”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