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에 글로벌 기업들이 받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중국 고성장에 의존해온 반도체 자동차 럭셔리 광업 등 산업계가 이제는 ‘중국 부담’에 흔들리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앤드류 로버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신용 부문 대표는 “중국은 경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며 “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전 세계 원자재의 약 50%를 소비한다. 또 독일 자동차업계의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의 15~30%가 중국 매출에서 비롯될 정도로 중국의 비중은 막대하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존재감에 의존해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역풍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반도체는 중국 경기 둔화에 흔들릴 대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반도체 판매가 지난 2009~2014년 48% 성장하는 데 중국이 기여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세계 1위로 부상하는 등 급성장한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성장이 정체되자 반도체 수요도 뚜렷하게 줄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은 1.2%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중국 특수를 톡톡히 누려온 자동차 업계에도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 여파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등 고급차 판매 감소가 선명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증시의 혼란은 자동차 수요를 한층 더 억제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수요 부진을 막기 위해 1.6ℓ 이하의 소형차에 대한 세금을 경감해줬으나 이는 오히려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는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비중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럭셔리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정부의 반부패 운동은 럭셔리 업체들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휴고보스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중국 매출이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글로벌 광산업계는 더 치명적이다. 리오틴토와 발레 BHP빌리턴 등 주요 업체가 투자한 광산들이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하려는 순간에 중국 수요 약화라는 가혹한 현실과 직면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리오틴토의 샘 월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직원 연봉 동결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이 느려진 것은 물론 성장의 초점이 인프라와 건설 등 우리와 관련 있는 분야에서 소비지출로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