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 일레트로닉(GE)의 가전 사업부를 인수,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가전 텃밭인 북미시장의 변동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 하이얼은 GE의 생활 가전 사업부를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는 양사 주주와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중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하이얼은 북미 가전시장 진입을 위해 2005년 Maytag을 인수하려 했으나 월풀에 밀려 실패한 바 있다. GE는 2014년 9월 일렉트로룩스에 생활가전 사업부를 33억 달러에 매각했으나, 2015년 12월 미국 법무부가 독과점금지법에 따라 계약을 무효화하면서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가전 업체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이후 낮은 브랜드 이미지와 북미 시장 점유율 제고가 숙원이던 하이얼과 일찍부터 가전 부문 정리를 원했던 GE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20억 달러의 웃돈을 얹어 하이얼이 GE 가전 사업부를 인수하게 됐다. 하이얼은 중저가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이번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에 대항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GE는 지난해 1~3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14.6%로 1위 월풀에 이어 2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섰다. 하이얼 점유율(1% 수준)을 합치면 1위까지 넘볼 수 있다.
최근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경기 침체 및 통화가치 하락 영향으로 가전업체들의 북미 시장에 대한 실적 의존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북미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2015년 H&A 사업부의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됐고, 삼성전자 역시 2015년 4분기 생활가전 사업부의 실적이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홈의 등장으로 북미 가전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높은 가성비, GE와의 공조 체제를 확보한 하이얼의 북미 시장진출은 북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가전업체들의 중장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경쟁 심화 요소로 판단된다.
하이얼의 이같은 행보가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얼이 북미 점유율을 확대하려고 중저가 제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특히 북미 가전 시장에서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 경쟁력, 핵심부품 내재화 역량 등을 확보하고 있기에 당분간 위협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