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날개없는 추락] 美-사우디 치킨게임, 中 성장둔화…‘슈퍼 약세장’ 그림자 엄습

입력 2016-01-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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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 실물경제에 악영향…러 증시 5% 뚝, 英 리오틴토·美 엑손모빌 주가폭락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배럴당 30달러선이 붕괴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자 원유 시장이 슈퍼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신흥국의 수요 침체와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통제 실패, 여기다 미국의 셰일혁명까지 다양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생긴 공급 과잉의 귀결로,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웰스파고 투자 연구소(WFC)의 존 라포지 공동 책임자는 “3년간 계속된 원유시장의 슈퍼 약세장은 고착화하고 있다”며 “그건 슈퍼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 시장은 16년간 강세장이었으나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고유가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왕성한 수요가 견인했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갑자기 ‘새로운 정상’을 내세워 경제 성장 모델을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기 둔화를 용인하면서 원유 뿐만 아니라 철광석과 석탄 등 다른 원자재 수요까지 위축시켜 관련국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대로라면 사우디 재정은 5년 안에 바닥이 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전기와 휘발유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한편 세금 인상과 각종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등 오일머니로 풍요로웠던 시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설상가상 OPEC 내부에선 산유량을 놓고 내분이 일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에 맞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난을 타개하려면 산유량을 줄여야 한다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우디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지만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사우디의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가가 고작 1년 반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데에는 미국 셰일 혁명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을 기점으로 일어난 셰일 혁명은 원유의 수급 균형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도 키웠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거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사우디가 견제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해졌고, 사우디와 이란이 대립하는 가운데 비 OPEC 회원국인 러시아와도 긴장 관계가 형성되면서 석유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 유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은 이미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의 자금 유출이 심각하다.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지난 11일에는 지난 주말 대비 5% 하락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이 일제히 상승한 12일에도 유일하게 떨어졌다. 러시아 통화 루블 가치도 사상 최저권에서 맴돌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자원관련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영국 호주계 광산업체 리오틴토의 주가는 연초 대비 하락률이 10%에 달하고,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11일에 3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장기적인 유가 하락으로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영국 석유 대기업 BP는 12일, 오는 2017년 말까지 전체 직원의 5%에 해당하는 약 4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기업의 신용 위험을 거래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시장에서는 스위스 자원업체 글렌코어의 보증료율이 더 높아졌다. 시장에서 이 회사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OPEC은 2월이나 3월 안에 긴급 임시총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12일 유가 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임시 총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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