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여의도] 구조조정에 치이고 핀테크에 밀리고… 설 자리 잃는 ‘증권맨’

입력 2016-01-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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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M&A 여파 대규모 구조조정… 추가감원 예상

국내 증권사 직원 3만6000명… 4년 전보다 8000명 줄어

스마트폰 등 무선단말 통한 직접거래 증가로 지점축소 가속

수익성 악화에 美中 글로벌 악재까지 겹치며 ‘내우외환’

“대우증권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한 말씀해주십시요.” 8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던져진 첫번째 질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지난달 말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대우증권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가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이에 대해 박현주 회장은 “지금까지 금융회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겠다. 양 회사의 임직원 모두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 증권산업에 좋은 사례를 남기겠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은 그리 예사롭지 않다. 박 회장도 얘기했지만, 그 동안 한국 금융회사가 합병하면 반드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던 탓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증권사 임직원은 3만6096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11년 말 4만4060명과 비교하면 7964명이나 줄었다.

푸르덴셜증권과 한화증권이 합병한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말 3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작년에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피인수된 아이엠투자증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40여명을 내보냈고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간 합병 과정에서 모두 600여명의 회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역시 여의도 증권가에 부는 바람에서 온기를 느끼긴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 쉼없이 몰아쳤던 구조조정의 바람이 새해에는 잠잠해지기는 커녕 더 거세게 몰아치리란 잿빛 전망에 증권사 직원들은 연초부터 불안감에 떨고 있다.

LIG투자증권이 작년 말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상태이며 현대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어 추가 인력 감축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미 합병을 단행한 증권사들뿐 아니라 M&A와 무관한 중대형 증권사들도 추가 인력감축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핀테크’로 대표되는 기술 변화도 구조조정에 한 몫하고 있다.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점점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면 거래가 줄어드는 점이 핵심적인 변화로 꼽힌다.

영업점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서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한 직접 거래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무선단말기 거래대금의 비중은 2014년 21.27%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25.06%까지 늘어났고,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무선단말 거래 비중도 10.70%에서 올해 15.55%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점의 단말기와 유선단말기(ARS 등)를 통한 거래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영업단말을 통한 거래 비중은 2014년 17.47%에서 작년 16.50%로 줄었으며, 유선단말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0.42%에서 0.38%로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영업단말 거래 비중은 47.11%에서 39.36%로 감소했다.

3월부터 비대면 금융거래가 가능해지고 핀테크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대면 거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최근 4년 새 600개 넘게 사라진 증권사의 시중 지점은 새해에도 계속해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매매거래를 넘어서 개인 자산분석 및 관리까지 사람 대신 자동화된 시스템이 맡아 주는 ‘로보어드바이저’까지 등장하고 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지금은 장이 활황이어도 고객이 점포로 오지 않고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거래를 한다”며 “비대면 방식의 실명 확인이 본격화하면 모든 금융권에서 지점 축소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증권업종의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와 국내 경기 부진 등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부진은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첫 출발부터 크게 흔들린 올해 증시 상황은 증권가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황이 부진했던 지난해 3분기 국내 56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747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7.8%(4543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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