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안 되면 남 탓을 하거나 주변 여건과 환경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지 말고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말이 반구저기(反求諸己)다. 諸는 어조사 저로 읽는다. 반궁자문(反躬自問) 또는 반궁자성(反躬自省)이라고도 한다.
중국 하(夏)나라를 세운 우(禹)임금은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쳐들어오자 아들 백계(伯啓)에게 나가 싸우게 했다. 그러나 백계는 참패했다. 그 부하들이 분함을 못 이겨 다시 한 번 싸우자고 했다. 그러나 백계는 “나는 유호씨에 비해 병력이 적지 않고 근거지가 적지 않은데도 결국 패했다. 내 덕행이 그보다 못하고 부하를 이끄는 게 그만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내 잘못을 찾아 고치도록 하겠다”며 싸우지 않았다. 이게 반구저기의 유래다.
반구저기와 비슷한 말은 여러 군데 나온다. 예기 사의(射義)에는 구정저기(求正諸己)라는 표현이 있다. “활쏘기는 인에 이르는 길이다. 스스로 올바름을 구해 나 자신이 바르게 된 뒤에야 쏜다. 쏘아서 관중(貫中)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을 따름이다.”[射者仁之道也 求正諸己 己正而後發 發而不中 則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엔 “군자는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는 말이 있다.
‘맹자’ 이루(離婁) 상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행하여도 얻지 못하거든 다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할지니 자기 몸이 바르면 천하가 돌아온다.”[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 반구저기는 천주교의 ‘내 탓이오’와 비슷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