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중국과 일본 넘어야 산다

입력 2016-0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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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무너지면서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더욱이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내수시장은 식물상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2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었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는 5000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내수시장 규모의 10배나 된다. 한국의 기술력, 창의력, 문화력, 자본력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공략하면 우리 경제는 제2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중국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면 우리 경제는 안방을 내주고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중국 경제는 우리 경제를 쫓는 입장이고 우리 경제는 쫓기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추격을 당할 경우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우리 경제가 중국에 예속화하는 통로로 변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 국경을 열고 무한경쟁을 하자는 협약이다. 우리 경제가 중국 경제와 경쟁에서 뒤질 경우 상상을 넘어서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경제가 승자가 될 수 있나? 중국의 제조업은 지난 20년간 천지개벽의 성장을 했다. 현재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세계 1위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3~4년 후면 중국 경제의 추격이 끝나 우리나라 제조업은 수출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는 제조업과 IT를 결합한 스마트 공장으로 제4의 산업혁명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존의 중화학산업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특수강 같은 신소재와 초저유황경유, 액화천연가스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청년들을 대거 고용하는 새로운 연구개발투자체제를 구축하여 미래 산업을 먼저 발굴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중국의 서비스업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중국은 법률, 엔지니어링, 건설, 환경,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개방을 허용하여 우리나라가 중국에 현지법인을 직접 설립하거나 공동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경제에는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 서비스산업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투자를 집중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화장품, 식료품, 유아용품, 의류, 생활용품 등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개척도 절실하다.

이와 같은 대중국 전략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지난해 출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여 만든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GDP의 28%나 차지하는 대규모 경제공동체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때문에 TPP 가입을 유보했다. 문제는 일본이 단숨에 12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우리나라 수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특히 엔저 공습을 강화하여 우리나라 수출시장을 공략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뒤늦게 가입을 해도 문제는 있다. TPP의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되어 국내 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더욱이 가입 조건으로 농산물 시장의 전면개방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할 때 경제영토를 계속 넓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이상 TPP 가입을 서두르고 정공법으로 중국과 일본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다. 기술혁신과 제품혁명을 서둘러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를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전략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다. 우리는 황무지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리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의연하게 이겨냈다. 이제 다시 일어서 우리 국민의 저력을 보여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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