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역외소득ㆍ재산에 대한 자진신고제도의 종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심층 설명회로 연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부단장을 만났다.
김 부단장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성실함과 끈기였다. 김 부단장은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남들과 똑같이 일하려고 노력했다”며 “보고서 때문에 새벽 3시까지 일하고 한밤중에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일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엘리트 공무원 세계에서 남들 하는 것만큼 따라가려면 일만 묵묵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부단장이 공직에 입문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연세대 영문과 88학번인 그는 당시 대기업 대졸 공채가 여성에겐 기회가 없었고, 일부는 은행 텔러로 입사할 정도로 취업이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제학 수업도 듣는 등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고시를 보게 됐다고 한다.
김 부단장은 “당시엔 주변에 고시를 본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공교육의 힘으로 성장한 세대여서 사회에 진출해 어떠한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최고의 엘리트 조직에서 생존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부단장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처럼 살아왔다”며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업무가 고난도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생활은 포기한 채 생존 경쟁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부단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하다며 “친정어머니와 남편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어렵게 육아를 해왔다”고 가족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김 부단장은 긴 시간을 가지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공직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국비 유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 가장 부족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감당해 냈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 업무 능력이 탁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 부단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편한 보직보다는 여러 보직을 거쳐 실무에 대한 경험과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롤모델로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꼽은 김 부단장은 “(권선주 행장은) 큰 소리를 안 내고 속은 단단한 외유내강 스타일”이라며 “자신을 믿지 못해 스스로 포기하거나 좌절할 때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준비하라고 했던 권 행장의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단장은 “역외소득 자진신고제 홍보를 위해 몸살이 날 정도로 뛰고 있다”며 “내년 3월 31일까지 신고하면 세법상 가산세와 과태료,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 명단 공개가 면제되고, 형사상 관용조치 혜택이 부여된다. 단 한 번의 기회이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