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차기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ㆍCIO)에 정권의 유력 인물과 동창인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28일 차기 CIO 면접을 한 결과,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권재완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정재호 유진PE 대표(한글 자음순)를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이들 후보 중 강 전 대표가 가장 앞서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국민투자신탁, 신한BNP파리바를 거친 그는 안종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의 고등학교, 대학교 1년 후배다. 둘은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다.
최종 후보가 압축되기 전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 전 본부장과 정 대표는 한 발 멀어진 모양새다. 이들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 차기 CIO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권 부사장은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 CIO 인사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31일 대통령에게 문형표 전 장관의 국민연금 이사장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국민연금 이사장 공모 이전부터 문 전 장관을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CIO도 정권이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새 CIO는 해외 투자 경험이 많은 인물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투자업체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조지워싱턴 경영대학원을 나와 스틱인베스트먼트, KIC를 거친 이 전 본부장과 BNP파리바에서 근무한 정 대표가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신임 이사장이 선임되는 데로 새 CIO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신임 CIO는 복지부 장관의 승인과 이사장의 임명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업계는 이르면 1월 둘째 주에 새 CIO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