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일하다 죽어도 좋아! 일하다 죽어도 좋아?

입력 2015-12-29 10:5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나영 다산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팀 대리

2008년 2월 대학졸업 후, 생애 최고로 적은 몸무게를 찍었다. 날씬함에 대한 로망은 다음 생애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내게 참으로 신기방기한 일이었다. 전국의 수십, 수백만 명의 다이어터들은 이쯤에서 궁금해지겠지? 어떻게 살이 빠졌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 비법 아닌 비법은 바로, 취업의 문턱에서 겪었던 마음고생이었다.

돌아보니 어느덧 사회생활 7년차다. 그간 몇 군데의 회사가 내 이력서에 칸을 채워주고 있었다. “아~ 내가 이 회사만 들어가면 정말 몸이 부서져 하얀 재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으로 입사했던 곳들이었다.

마음고생과 절박함이 불씨가 된 걸까?(말이 씨가 되듯) 어른들 말씀처럼 일복을 타고나서였을까?

내 스스로의 기준에서 참으로 열정에 넘쳐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을 정말 죽어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일하고 싶어 죽겠다던 내 불타는 열정이 ‘아,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두려움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리고 일본의 이자카야(선술집) 체인 대기업 와타미에서 ‘열정근무’를 강요당하고 26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모리 미나씨의 일상이 필름처럼 스쳐간다.

모리씨는 와타미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매일 밤샘 근무에 시달렸다. 점포 오픈 2시간 전인 15시에 출근해 퇴근은 빨라야 다음 날 오전 3시 반이었다. 하지만, 택시비를 주지 않아 첫 전철이 다닐 때까지 점포에서 대기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입사 후 한 달간 시간외 근무가 141시간이었다니 참혹하기 짝이 없다. 결국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와타미의 슬로건대로 모리씨는 죽도록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

물론, 내가 지금 일하다 죽을 만큼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다만, 어디든 취업만 되면 죽어라 일할 수 있겠다던 불타는 의지가 적절한 바람과 불씨로 오래도록 타올랐으면 좋으련만…. 활활 타올라 희미한 불씨가 되어 버린 내 안의 열정엔 씁쓸함이 남을 뿐이다.

지금도 어두운 공기 속에서 ‘야근’이라는 두 글자 속에 ‘일하다 죽어도 좋아’의 열정을 써내려 가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건투를 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미국에선 266억 당첨됐다는데"…우리나라 로또로 '인생역전'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 단독 이창용, 금통위 앞두고 최상목과 오찬 회동…‘금리 빅딜’ 나오나
  • 상암 잔디는 괜찮나요?…아이유 콘서트 그 후 [해시태그]
  • 고려아연 “영풍이 폐기물 떠넘기려 해…거절하자 관계 틀어져”
  • 김영환 “우하향하면 인버스 투자하라”...개미 투자자 난입
  • '홍명보 선임 논란' 여야 질타 쏟아져…유인촌 "정상적 감독 선임 아냐"
  • 체험존·굿즈 등 즐길 거리 다양…"'골때녀' 팝업 통해 풋살 관심 늘었어요"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09.2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4,908,000
    • +0.04%
    • 이더리움
    • 3,524,000
    • -1.56%
    • 비트코인 캐시
    • 460,100
    • +0.66%
    • 리플
    • 783
    • -0.38%
    • 솔라나
    • 196,300
    • +2.08%
    • 에이다
    • 509
    • +6.04%
    • 이오스
    • 694
    • -0.72%
    • 트론
    • 202
    • -0.98%
    • 스텔라루멘
    • 128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5,100
    • -0.76%
    • 체인링크
    • 15,730
    • +2.54%
    • 샌드박스
    • 372
    • +0.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