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무디스 호들갑’을 경계하며

입력 2015-12-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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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기획취재팀장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했습니다!”

느낌표(!)는 필자가 자의로 붙여봤다. 다들 크게 기뻐한 듯 싶어서이다.

지난 18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Credit Rating)을 기존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올렸다. 무디스가 가장 높은 등급을 ‘트리플A(Aaa)’로 주고 그 다음부터 ‘Aa1’, ‘Aa2’ 순서로 등급을 매기는 만큼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세 번째 단계다. 좋은 소식이면 좋은 소식이었지 나쁜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호들갑스러운 측면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해 “이것 봐라, 우리나라 경제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할 때 이용될 증거자료가 될 공산이 크다.

무디스 등 신평사들이 기업이 아닌 국가 신용등급을 발표할 때는 자체적으로도 하지만 먼저 그 나라 정부에 알려서 정부가 발표하도록 하는 게 관행이다. 이번 등급 상향도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했다.(관련 링크: http://www.mosf.go.kr/news/news02.jsp?actionType=view&hdnTopicDate=20151220&runno=4096960)

기재부는 “역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최고 등급”이라며 “무디스의 결정은 양호한 대외 및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경제, 즉 박근혜 정부 3년간의 경제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우려를 차단하는 방어막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신평사의 등급 조정이 ‘성적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채권의 부도 위험이 낮다는 평가이지 경제의 체질(fundamental)이 좋다는 얘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돈을 융통하고자 할 때 더 믿음이 실리니 투자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사후적 평가인 것이지,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수정구슬은 아니란 얘기도 된다.

그러니 신용등급 상향이 마치 내년 경제에 대한 ‘축포’처럼 여겨진다면 그건 오판일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엔 향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회사의 채권이나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지고 있었을 회사, 나라의 자금 조달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고 해당 기업과 국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평사들은 과연 적절한 시점에 등급을 산정해서 발표하고는 있는 것일까. 그 공신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책임론도 나왔다. 신평사들이 부실해진 모기지(부동산 대출) 채권, 그리고 여기에서 구조화된 파생 금융상품에 대해 너무 관대하게 등급을 매겼고, 위험 신호를 제때 감지해 경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위기란 지적이었다. 금융권(월가)과 손잡고 일부러 부실 위험을 숨겼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신평사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등급 산정을 의뢰하는 기업 고객의 이해를 반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들의 경우엔 좋은 등급을 주겠다는 신평사를 택하는 이른바 ‘등급쇼핑’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같은 이는 “각국이 공동 출자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공공 신평사를 만들자”고 주장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연말이고 경제 부총리도 바뀌었고 대외 경제 상황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정부와 산하 연구소에서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민간연구소에서는 높아 봐야 2% 중후반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럴 때 혹시라도 정부 언저리에서 무디스를 들먹이며 “우리 경제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만큼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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