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머리는 용인데 꼬리는 뱀이니 시작은 그럴 듯했지만 끝이 흐지부지라는 뜻이다. 송(宋)나라 사람 환오극근(圜悟克勤)이 쓴 ‘벽암록(碧巖錄)’에 나온다. 목주(睦州)의 용흥사(龍興寺)에 진존숙(陳尊宿)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도를 깨치러 여기저기 방랑하면서 나그네들을 위해 짚신을 삼아 나무에 걸어 두고 다녔다고 한다.
진존숙이 나이 들어 선문답(禪問答)을 할 때 화두를 던지자 상대방이 으악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거 참 한번 당했는 걸.” 진존숙이 투덜대자 상대는 또 한 번 큰소리를 외쳤다. 내공이 깊은 것도 같고 수상하기도 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역시 참으로 도를 깨친 것 같지 않아. 단지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아닐까 의심스러워.’[似則似是則未是 只恐龍頭蛇尾] 진존숙이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물었다. “호령하는 위세는 좋은데 소리를 친 후 무엇으로 마무리를 할 거요?” 하자 상대는 슬그머니 답변을 피하고 말았다.
주희(朱熹)가 강학한 내용을 담은 ‘주자어류(朱子語類)’에도 용두사미라는 말이 보인다. 중국에서는 호두사미(虎頭蛇尾)라는 말도 많이 쓰나 보다. 원(元)나라 때의 문인 강진지(康進之)의 ‘이규부형(李逵負荊)’에 그 말이 나온다.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는 유시무종(有時無終), 머리는 있는데 꼬리가 없다는 유두무미(有頭無尾)도 비슷한 말이다.
반대말로는 유시유종(有始有終) 시종여일(始終如一) 유두유미(有頭有尾) 수미일관(首尾一貫) 선시선종(善始善終)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