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는 Y씨도 그런 인생의 굴곡을 겪었다. Y씨는 이번 모(某) 그룹 정기인사에서 전무급으로 영전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갑자기 유명해졌다’는 영국 낭만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그의 지명도는 요즘 연일 회자되고 있다.
소위 수저계급론으로 보면 Y씨의 태생은 금수저나 은수저는 아닌 듯하다. 그런 그가 경쟁업체로 이직한 뒤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운명의 장난과 같은 굴곡이 숨어 있다.
Y씨는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성장한 S전자의 홍보맨 출신이다. DJ정부 시절 벤처붐과 동시에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Y씨는 또 다른 S기업으로 옮겨 샐러리맨의 길에 다시 들어섰다. S기업에서 Y씨는 팀장 보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와 호흡을 맞추던 임원이 교체된 뒤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장 업무가 조정됐다. 그나마 팀장직은 유지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안도하던 그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새롭게 부임한 임원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했다. 결국 Y씨는 팀장 보직을 떼고 팀원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부터 Y씨의 고민도 시작됐다. TV인생극장처럼 그 자리를 떠날지, 남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고 했던가, 그로부터 얼마 뒤 Y씨는 경쟁사로 자리를 옮겼다. 임원 직급이라는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Y씨가 팀장급도 아닌 팀원에서 경쟁기업의 임원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업계에는 Y씨가 새로 이직한 회사의 회장과의 인연으로 스카우트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Y씨가 차기 핵심 보직에 내정됐다는 얘기까지 더해졌다. 당시 필자가 여러 곳에 확인해 보니 Y씨와 그 회장 간의 인연이 깊게 작용한 것 같지는 않았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Y씨는 올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당초 돌았던 소문대로 Y씨는 핵심 보직까지 꿰차며 그룹 내 입지도 강화됐다. 불과 수년 전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깊게 고민하던 상황의 대역전극이다.
Y씨가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은 명예퇴직이 일반화된 요즘 직장의 샐러리맨들에게는 희망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상황에 따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Y씨도 그런 선택의 기로에서 지금까지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자칫 오해하기 쉬운 지난날들을 잠재울 수 있는 진솔된 역할만이 Y씨의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