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말 성과급으로 기대감에 부풀던 삼성 임직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최근 몇 년간 호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삼성 계열사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에 빠진 탓이다.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도 사업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이 성과급 지급 범위 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부품·금융·건설 계열사들은 올해도 얇은 성과급 봉투가 전망된다.
삼성 각 계열사는 연초 수립한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이익의 20% 이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 OPI를 운영 중이다. 내년 1월 말 지급되는 OPI는 PS(초과이익분배금)에서 이름이 변경됐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성과급 제로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누적 기준) 1조53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엔지니어링도 1조476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9월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건설·상사·리조트·패션 사업부문) 분위기도 좋지 않다. 올 3분기 건설과 패션부문에서 각각 2960억원, 22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물산 사업부문별로 10% 안팎의 성과급을 예측하는 가운데,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사업부문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열사들은 중공업·건설부문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이지만, 금융사별 명암이 엇갈린다.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삼성증권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는 호실적에 힘입어 올해 초 각각 10%, 28%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반면 지난해보다 낮은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성과급은 10%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올해 초 각각 19%, 10% 중반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관심이 가장 큰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품·세트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올해 역시 사업부문별 성과급 차이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초 연봉의 절반을 성과급으로 받았던 반도체 사업부는 이번에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이 기대되고 있다. 올 3분기 환율 효과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만큼, 연초 설정한 목표 이익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TV 등을 담당하는 세트 부문 분위기는 밝지 않다. IM(IT·모바일)부문 내 무선사업부는 30% 안팎의 성과급이 전망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13조2000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시장상황을 고려한 연간 목표 이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31%의 성과급을 받은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10~20%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삼성 부품계열사들도 기대감이 크지 않다. 올해 초 최근 5년만에 처음으로 성과급을 받지 못한 삼성SDI는 올해도 성과급 제로 가능성이 크다. 주력 사업인 배터리 사업이 이익실현이 시작되지 않은 탓이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실적개선에 힘입어 각각 10% 안팎, 30%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