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13일 愛禮存羊(애례존양) 예를 보전하려 형식을 존속시킨다

입력 2015-12-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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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옛날부터 천지종묘(天地宗廟)에 제사를 지낼 때는 산 짐승을 제물로 바쳤다. 이게 희생(犧牲)이다. 犧(희)는 색이 순수한 것, 牲(생)은 길함을 얻지 못해 죽이는 것이라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해 곡삭제(告朔祭)에 산 양을 바치는 관행을 없애려 했다. 옛날엔 천자가 음력 12월에 다음해 달력을 제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제후들은 이를 받아 종묘에 간직했다가 산 양을 제물로 ‘곡삭’의 제사를 지내고 나라 일을 보았다. 노(魯)나라는 문공 때 곡삭제를 폐지했지만 밑에서는 여전히 곡삭제에 쓸 산 양을 구해 바쳤는데, 자공은 그마저 없애려 했던 것이다. 告는 알린다는 뜻일 때 고로 읽고, 청한다는 뜻이면 곡으로 읽는다.

이에 대해 공자는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지만 나는 그 예를 아끼고자 한다”[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고 말했다. 논어 팔일(八佾)편에 나온다. 賜(사)는 자공의 이름이다. 이 대화에서 애례존양(愛禮存羊), 예를 보전하기 위해 형식을 존속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곡삭희양(告朔餼羊)이라고도 한다. 餼는 보내다, 음식을 대접하다, 희생, 이런 의미의 글자다. ‘성호사설’ 인사문(人事門)의 녹명연(鹿鳴宴) 항목에 이런 말이 있다. “명(明) 나라 법에는 양경(兩京:북경과 남경)과 13성(省)의 과장(科場)이 끝나는 날 유사(有司)가 주연을 베풀어 고시관(考試官)과 급제한 거자(擧子)들을 접대하여 녹명연(鹿鳴宴)이라 이름했으니, 이 역시 애례존양(愛禮存羊)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년 만에 한 번씩 과거를 보였으니, 마땅히 이 제도를 본받는다면 또한 사기를 고무하는 데 한 도움이 될 것이다.” 시경 녹명편은 여러 신하와 가빈(嘉賓)들을 모아 연회할 때 쓰이는 악가(樂歌)이므로, 녹명(鹿鳴)의 연회라고 했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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