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백성은 양이요 벼슬아치는 목자(牧者)라고 했다. ‘牧’은 소를 뜻하는 ‘牛(우)’와, 몽둥이 든 손을 그린 ‘攵(복)’이 합쳐져 ‘소나 가축을 치다’는 뜻이 된 글자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牧은 소를 기르는 사람을 뜻한다’고 돼 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벼슬아치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을 기록한 책이다.
그런데 양은 열 마리인데 양을 치는 목자가 아홉이면 어떻게 될까? 그게 바로 십양구목(十羊九牧), 백성은 적고 벼슬아치는 많은 상황이다. 민소관다(民少官多) 또는 관다민소(官多民少)다. 수서(隋書) 권46 양상희열전(楊尙希列傳)에 군현(郡縣)의 숫자는 늘고 땅은 줄어 1000호(戶)도 못 되는 곳을 두 군(郡)으로 나누어 다스릴 정도라고 전제한 뒤 “백성은 적고 관리는 많아 열 마리의 양을 아홉 사람이 기르는 격”[民少官多 十羊九牧]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정치는 엉망이 되고 놀고먹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라 때 최치원의 ‘제도 염철사를 해직하고 시중에 임명해 주는 동시에 실봉을 내려 준 것에 사례한 장문’[謝落諸道鹽鐵使加侍中兼實封狀]에도 이 말이 나온다. “이미 여우의 겨드랑이털이 양 천 마리의 가죽보다 못한[狐讓千皮] 시대에 열 마리의 양을 아홉 사람이 나누어 기르는 것[羊分九牧]을 실제로 보게 됐으니 군수(軍需)를 넉넉하게 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할 계책을 강구할 수 없었고, 소금을 굽고 동철(銅鐵)을 주조하는 일을 조리 있게 주관할 수 없었습니다.”
양에 비해 목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명령이 하나로 일치되지 않아 뭘 따라야 할지 모르게 된다.’[使令不一 無所适從] 십양구목과 비슷한 말로 인부우사(人浮于事, 사람은 많고 일은 적다), 승다죽소(僧多粥少, 스님은 많은데 먹을 죽은 적다)를 들 수 있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