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4일 오후 1시 45분께 잠심 롯데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년 1~2회 계열사별 실적과 사업전망을 논의하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면세점, 경영권 분쟁에 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신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조용히 회의실로 향했다. 계열사 사장단들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며 회의장에 들어섰다.
회의는 4시까지 비공개로 진행됐다. 저녁 만찬을 포함하고 있어 사장단 회의는 최종적으로 오후 7~8시께 끝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롯데호텔과 롯데정보통신을 내년에 상장 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 회의 장소를 롯데호텔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지 재확인은 예견이 됐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건물을 신축했거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사업장에서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장소 결정에 남다른 의미를 뒀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가 불거지자 상반기 회의 장소를 롯데홈쇼핑이 있는 양평동 사옥에서 개최했고, 하반기에는 잇따른 안전성 논란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을 감안해 회의 장소로 롯데월드몰을 선택했다.
즉 이번 사장단 회의 장소도 신 회장이 롯데호텔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다른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전략적 장소로 선택됐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롯데의 위기극복 DNA를 강조하며 "현재 위기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자"고 계열사 사장단에 주문했다.
신 회장은 "호텔과 정보통신을 내년에 우선 상장하고 점차 기업공개 비율을 늘릴 것"이라며, "비상장사에도 사외이사를 두는 등 이사회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와의 소통 강화에 대해 당부하며 "상장사는 IR을 통해 외부투자자와 고객에게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적극적인 외부 소통을 통해 고객, 주주, 국민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대표이사께서 직접 챙겨달라"고 말했다.
또한 비재무적 성과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언급하며, "친환경적인 경영,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사항임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신 회장은 내년 경제환경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찾기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그룹의 거버넌스(governance) 강화, 소통과 협력"에 힘써줄 것을 거듭 대표이사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 등 정책본부 경영진 20여 명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 등 계열사 수장 40여 명을 포함해 80여 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선 기업문화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경목 서울대 교수의 특강과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의 활동보고도 진행됐다"며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 기업투명성 제고 방안 등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점검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