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버치 레드배지 회장 “中企 투자 위해 산업은행과 500억 펀드 조성”…한국 알리바바 찾는다

입력 2015-12-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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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 산업은행과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한국 중소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글로벌 투자회사 레드배지의 로버트 버치<사진> 회장은 1일 이투데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상장 차익을 목표로 한 단기투자가 아닌 창업 초기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는 장기투자자로서 역할을 분명히 할 것임을 강조했다.

레드배지는 이날 산업은행의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제2호 파트너 운용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레드배지는 아시아ㆍ퍼시픽 지사로 국내에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래드배지퍼시픽을 설립하고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세계무대에 선보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펀딩 예정 규모는 500억원이다. 내부적으로 정한 기업당 최대 투자규모는 50억원으로 최소 10개 중소기업이 내년 레드배지퍼시픽 펀드의 수혈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버치 회장은 “일반 벤처투자(VC) 펀드를 운용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기업체 운영 경험이 아예 없거나 단기간에 그친다”며 “레드배지는 약 30년간 직접 기업을 운영하며 키우고 다른 기업에 팔기까지 한 경험이 있어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아시아ㆍ퍼시픽 지역 첫 거점을 잡은 그의 목표는 유망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와 제2의 삼성·현대 또는 알리바바로 키워내는 것이다. 이미 규모와 기술력을 일정 수준 갖춘 기업에 투자해 상장차익을 맛본 후 2~3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존 VC들의 단기 전략과 목표지점이 다른 셈이다.

실제로 레드배지는 2001년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조본(JAWBONE) 설립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현재까지 성장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큰 경영 위기가 3번 정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레드배지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렸다.

버치 회장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모든 역량을 갖출 수 없다”며 “그들이 기술력과 장래성을 가지고 있다면 위기 순간에 자금을 쏟아주고 마케팅과 브랜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레드배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수동적인 자금 투자에서 벗어나 ‘디자인→브랜드 구축→질적 성장’ 세단계로 적극 경영에 개입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생수 업체 보스(VOSS)를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로 격상시키고 소규모 LCD 기업이었던 칼라 키네틱스(COLOR KINETICS)를 필립스에 7000억원에 판 것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레드배지는 국내 관심 업종으로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를 비롯한 기술 분야 전반, 소비재 부문 등을 꼽았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투자 사례로는 스마트 스워치 기업 보템이 있다. 레드배지는 미국에서 투자하고 있는 스마트 콘센트 기업 버트와 보템을 함께 묶어 마케팅하는 등의 전략으로 영업상 서로 연관 있는 기업들의 경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버치 회장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기업과 레드배지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것이 양사가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천천히 한국 파트너의 성장을 도우면서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진출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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