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소주 시장을 강타했던 과일맛 소주 열풍이 반년도 못가서 시들해졌다. 이는 제품 자체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일맛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단맛이 강한 까닭에 20~30 여성층은 잡았지만, 주요 소비층인 남성 취향엔 맞지 않아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소주업계가 기존 소주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롯데주류는 '순하리 처음처럼'의 4번째 제품 사과맛을 출시하면서 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롯데주류는 1일 순하리 유자, 복숭아, 그린의 뒤를 이어 '순하리 처음처럼 사과'를 출시했다.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쓴맛을 줄이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살리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기존 순하리 제품들(14도) 보다 낮춘 12도로 출시하고, 사과 과즙과 향을 첨가해 새콤달콤한 맛을 강조했다.
롯데주류는 한풀 꺾인 과일 소주 시장 성장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래 과일 소주의 콘셉트를 지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세는 꺾였지만 이미 주류 시장의 한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제품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수요를 끌어내겠다는 것.
롯데주류 관계자는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며 주류의 한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과일 소주’ 시장에서 선두 주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보다 많은 소비자분들이 ‘순하리’를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로 포문을 연 ‘순하리 시리즈’는 소주와 비슷한 저렴한 가격에 과실주를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주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경쟁 업체들도 잇따라 유사 제품을 선보여 현재까지 약 20여종의 제품들이 출시됐다.
그러나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시중 편의점의 전체 소주 매출 중 과일맛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8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A 편의점의 경우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사진)' 출시 직후인 지난 4월 과일맛 소주 점유율은 2.6%에서 시작해 10.1%(5월), 19.2%(6월), 26.2%(7월)로 매달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8월 들어 23.8%로 감소한 뒤 9월 18.3%로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14.5%까지 주저앉았다.